[기자수첩] 가계부채 뇌관 건든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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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한국은행이 11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00% 수준에서 동결 결정했다. 지난 두 차례의 금리 인하 효과 및 국내외 경제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후,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00%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을 이끌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금리를 인하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경제주체들의 소비 및 투자심리 회복은 묘연하기만 하다. 보통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3~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지만 중간에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긍정적 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다시 세월호 사고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고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전망 CSI는 18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경제상황 심리를 대변했다.

기업들의 경기심리도 우울하다. 제조업 업황BSI는 연중 최저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이는 세월호 사고 직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유로존 경기둔화, 엔화 약세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금리 인하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엉뚱한 데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한국 경제의 핵심 뇌관으로 인식되는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한 달간 은행 가계대출은 7조원 가까이 늘었다. 전월 증가액(3.7조)의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6조원이나 늘었다.

금리 인하가 경제주체의 심리 회복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보다 가계부채만 늘리는 역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적정수준의 빚 증가는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어날 경우 가계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한은 역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4일 열린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곳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눈여겨보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이르면 1분기 이내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 등 더딘 경제회복으로 금리인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은으로서는 갈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서의 '운영의 묘'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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