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정부의 '소통 결핍증'
朴 정부의 '소통 결핍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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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원하는 이가 있다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필수일 터고 상대가 원하는 내용을 갖는 것이 또한 필요할 테지만 무엇보다 상대의 감정을 읽는 것이 중요하겠다.

지금 박근혜 정부에 가장 결핍된 것으로 흔히들 소통을 꼽는다. 정부는 왜 그런 말들이 나오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민과 정부 사이에 소통을 그다지 원활할 것 같지 않다.

13일 하루에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 속에서 이 소통을 고리로 한 몇 개의 기사들을 건져봤다. 당장 한국경제의 앞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한중FTA가 있겠고 또 그 이슈를 덮어버릴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된 공무원연금개혁 문제가 있다. 언론 관심도가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계청이 처음 내놓은 고용보조지표가 역시 소통의 문제를 안고 있고 가수 이승철의 일본 입국 거부 이후 소식도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이 한참 먼 일이라는 실감을 안겨준다.

우선 한중FTA. 정부는 우리쪽 의사가 70~80% 반영됐다는 것을 자랑하며 협상의 성과 알리기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최우선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은 속만 태운다고 한다. 주력 수출 분야인 공산품에 대한 세부 내용이 즉각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현재 공개된 타결 내용만 봐서는 정확한 득실을 따지기 어렵고 대응책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들을 내놓는단다. 물론 머잖아 정리되는 대로 발표를 한다고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얘기하고 있다지만 하루 이틀 사이에 경쟁력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속 터지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도 그렇다. 대다수 공무원들에게 있어 전체 공무원 연금을 얼마 더 걷고 얼마 덜 주느냐는 총량적 수치보다는 내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내고 얼마나 덜 받게 될 것인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기왕 연내 밀어붙이기로 나갈 거라면 적어도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제 몫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쉽게 이해하도록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덜 불안하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으로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 사회가 갑자기 불안한 사회로 변해버리는 데 정부의 프로파간다에 끌려만 가리라 여겼는지 그 발상들이 참 희한하다. 게다가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낮은 공무원연금 구조를 국민연금 수준으로라도 고치겠다거나 해서 하급직 공무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생각을 먼저 해야 했을 텐데 무턱대고 많이 내고 적게 주겠다고만 하니 하급직 공무원들로서는 얼마나 불안할까 싶다.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서 공무원이라면 일선에서 쉽게 마주치는 하위직 공무원보다는 먼저 언론에 이름 오르내릴 확률 높고 그래서 뇌물수수 등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는 고위직 공무원을 먼저 떠올리며 그들의 안정적인 연금소득에 억울해 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다수는 하위직 공무원들 아니겠는가.

이번엔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 문제를 보자. 이제까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을 액면 그대로 믿은 국민은 없을 듯하다. 지금도 한국의 실업률은 3%라니 그걸 믿을 수 있겠는가.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기준에 맞춘 통계를 왜 못 믿느냐고 볼멘소리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이라는 매우 한국적인 집단이 존재하고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단절을 경험 중인 여성, 어디 이력서나마 낼 곳을 못 찾고 두 손 놓은 실업자들은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다보니 비경제인구만 기형적으로 늘어나는 모양새다.

하긴 길거리를 헤매고 다닌다고 아무 곳에서나 이력서 받아주는 것도 아닌 한국사회 구조를 외면하고 그저 국제기준에 맞는다고 우기는 것도 매우 한국적이기는 하다. 국민과의 소통에 그만큼 관심이 없이 국민은 그저 선전선동의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의 표현 아니겠는가.

가수 이승철 얘기는 자국민에 대해 모욕적 태도를 보인 일본 정부에 대해 무대응인 외교부를 향한 네티즌들의 반발로 야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외교부가 아니라 왜교부라고 힐난할까 싶지만 하필 독도 입도지원센터 문제를 치지도외한 직후의 일이라 더 욕을 먹고 있지 않은가 싶다. 외교 문제를 포퓰리즘에 끌려 다닐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반대편에 섰다는 불만까지 사면서 고집하는 국익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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