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정부기금 수익 빼돌려"…사측 "사실무근"
"현대證 정부기금 수익 빼돌려"…사측 "사실무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남 의원 "1200억원 개인계좌로 넘겨"
업계 "사실로 밝혀지면 심각한 금융비리"

[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현대증권이 지난 6년간 정부기금 운용수익 중 1200억원을 사기업 및 개인계좌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2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8~2013년 고용노동부, 우정사업본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4개 기관이 현대증권 랩어카운트와 신탁상품을 통해 위탁 운용한 정부기금은 약 30조원이었다.

이중 Wrap은 14조원, 신탁은 16조원 규모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도록 관리해주는 종합 자산관리 계좌다.

김용남 의원이 2008~2013년 현대증권에 맡겨진 정부기금 14조원 랩어카운트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약정 수익률 보다 수익이 초과 발생한 경우, 다른 기업이나 개인 고객 계좌로 빼돌린 금액이 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특정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해당 증권사는 이면 계약서 형식 제안서를 통해 2012~2013년 계약 당시 연 수익률 최소 3.8~4.2% 이상을 고용노동부 등과 약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타계좌로 빼돌리는 것은 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일반 펀드는 매각 시 공정가격을 따르게 돼 있지만, CP와 ABCP 같은 경우는 그런 강제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법인 또는 개인에게 시장가격과 상관없이 헐값에 채권을 팔아 부당 이득을 챙기게 할 수 있다. 예로 A증권사가 그 과정에서 챙긴 수수료(2008~2013 정부기금 잔고기준·0.05%~0.08)만 연간 100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행태는 현대증권에서만 나타나는 사항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약 1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거래하는 증권사만 20여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금을 관리하는 각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및 신탁계좌를 전부 파악할 경우 손실액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른 증권사들의 랩어카운트에서도 채권 헐값 매각이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남 의원은 "정부기금 적자시 국민의 혈세로 메워지는 만큼 수익 또한 당연히 국민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공무원 방조와 증권사 탐욕으로 어마어마한 자금이 새고 있다"며 "CP와 ABCP도 매각 시 시장가격 기준을 따르도록 강제 규정을 마련하고, 증권사 정부기금 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현대증권 측은 "Wrap을 통한 일반적인 기금운용 방식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목표인 만큼 금리형 상품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운용기간 중 고정된 수익 상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기금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대수익률을 제시하고 CP 및 AVCP 등 장부가 평가를 통해 운용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Wrap 운용 중인 기금 자금은 3개월미만 수시 단기형 상품이 많고, MMF처럼 장부가 매매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금융시장 위반사항으로 전면적인 조사가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