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중공업 노조의 떼쓰기 파업
[기자수첩] 현대중공업 노조의 떼쓰기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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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올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등 창사이래 최대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하지만 노조는 이에 아랑곳않고 부분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대응을 고수하면서 노사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사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19년 동안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으쌰으쌰'를 외쳐왔다. 사측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강제로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으며, 노조 역시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시행을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배려했다.

그러나 최근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이같은 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질된 모습이다.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와 경영진의 미흡한 대응에서 비롯된 사상최악의 실적도 문제지만, 이런 악조건에서 임금인상을 외치는 노조 역시 떼쓰는 어린아이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경영진의 31%를 쳐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이 역시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내년도 사업환경 역시 올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영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노조가 요구한 단협 제·개정안 총 60개 중 20개 조항에만 합의한 상태다. 가장 중요한 임금 협상은 평행선만 긋고 있을 뿐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노조의 강경 노선 변경은 '울산 지역사회의 영향이 크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역내 같은 '현대'란 이름을 갖고 있는 현대차가 매년 일반 직장인 연봉에 맞먹는 임단협 타결 격려금을 챙기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이에 노조는 "그나마 낮은 임금을 버티게 해줬던 특근수당마저 사라져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파업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는 노조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여타 기업 노조와 달리 사측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쥔 것이 없으니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장기침체는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며 노사협력 없이는 돌파구 마련이 불가능하다. 노조 파업으로 실적이 추가로 악화될 경우 자칫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노사협력을 통해 유례없는 침체기를 벗어날 경우 국내 조선업은 또한번의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다. 얼마전 사내에서 진행된 행사장에 참석한 권오갑 사장과 정병모 노조위원장이 서로 농담을 주고 받으며 손을 맞잡은 것처럼 노사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원만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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