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감] '오락가락' 금융정책·세월호 부실대출 도마
[2014 국감] '오락가락' 금융정책·세월호 부실대출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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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정권 코드맞추기 급급"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정책금융공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세월호 관련 부실 대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국책은행들의 '오락가락' 금융 정책에 대한 비판과 동부그룹 구조조정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다.

◇"세월호 선박 감정평가 엉터리"

21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지난 2012년 청해진해운을 대상으로 8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세월호 선박에 대한 감정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2년 10월4일 80억원의 대출 실행이 먼저 이뤄졌고, 이후 넉 달이 지난 2013년 1월30일에야 감정평가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상규 의원이 "산업은행은 대출 당시 탁상감정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탁상감정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대출 담당자는 "계약서와 함께 인터넷에서 유사한 배의 가격을 검색해 명시했다. 관례상 계약서를 참고로 대출을 한다"고 답했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도 "선박의 경우 배값을 미리 지불하지 않으면 수주를 할 수가 없다. 통상 다른 선박에 대한 대출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잘못된 관행인 것 같다"며 "결국 대출을 받아가는 쪽의 편의를 봐주는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선박 검수와 운행 가능 여부를 점검한 뒤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면 꼭 행내에 선박 전문가가 있지 않더라도 부실 대출에 대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구입 자금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2년 5월 청해진해운이 '론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론모니터링은 '재정상태가 연속으로 나빠지고 있어 대출 실행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자체 안전경고장치다.

이종걸 의원은 "산업은행의 추정치와는 전혀 다르게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월호의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영업손실이 났다"며 "대출 실행은 담보가치가 확정이 된 다음에 되는 것 아니냐. 그런데 뭐가 급해서 대출은 2012년, 감정평가는 2013년 2월에 진행한 거냐"고 질책했다. 이에 홍 회장은 "2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거가대교 완공으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인데, 제주 노선 취항으로 관광이 활성화 돼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이 청해진해운 모회사인 천해진에 154억원의 대출을 실행한 것과 관련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천해지의 담보금액이 적은데 신용금액으로 여신심사가 나왔다"며 "천해지가 이런 신용 평가를 받을 수 있었나"라고 말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천해지는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로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로 생각했다"며 "담보는 부족했지만 정상 기업으로의 영업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대출채권을 매각해 10월말 이전에 19억을 제외한 금액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천해지가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협력기업에 대한 대출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국책銀 '정권코드 맞추기' 심각…동부 구조조정 도마

국책은행들의 금융정책이 정권에 따라 지나치게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MB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녹색금융, 창조경제, 통일금융 등 국책은행들이 정권 코드에 맞추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렇게 널뛰기식으로 금융정책을 이끌어 나가다가는 '정책금융을 통한 취약분야 육성'이라는 기본 취지는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술금융에 대해 "대기업이 아닌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과거 녹색금융처럼 관치금융 아래서 변질된 사업이 되는 것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이 시중은행 가운데 1위지만, 대출액 4404억원(592개사)의 상당 부분이 기존 거래 기업"이라며 "대통령이 금융보신주의를 언급한 이후 실적쌓기에 치중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반면 권 행장은 "기술금융과 관련해 전담조직을 신설한 건 작년"이라며 "정부 정책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요구에 따라 이런 정책을 시행해야겠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재 기술금융 수수료도 은행에서 부담을 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기존에는 신용등급만을 봤다면 지금은 기술력이라는 두개의 잣대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산업은행의 주도 아래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도 잇따랐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출연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데에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집중됐다.

이학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재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총수일가는 크게 피해를 보지 않으려는 모습이 많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극적, 비협조적인 기업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회장이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언급하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절절 매고 있는 모습"이라며 "국민의 돈이 몇조가 날아가게 생긴 상황에서 이 일에 대한 분명한 성취가 필요하다. 회장의 역할에 대한 행동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과 금호그룹 구조조정으로 1조4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홍 회장은 "올해도 동부그룹 여신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게 돼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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