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 노사, 통상임금 '진통'…쟁점 제각각
완성차업계 노사, 통상임금 '진통'…쟁점 제각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르노삼성 상여금 '고정성' 인정
사측 "무노동무임금 원칙 어긋나…항소"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최근 르노삼성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완성차업계의 통상임금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이 인정되는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업체마다 쟁점이 갈리는 양상이다.

20일 자동차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부산지방법원은 르노삼성자동차 근로자 1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 온 정기상여금과 연차상여금 등 일부수당은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르노삼성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번 판결은 비슷한 사안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은 통상임금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했다. 부산지법은 이번 판결을 통해 "재직자가 결근 혹은 조퇴 등으로 업무에서 빠졌을 경우 일할 것을 계산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르노삼성이 2000년 이후 근로자들에게 매년 짝수 월에 기본급의 약 50%에 달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해 온 것이 판단 근거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재직자와 퇴직자에게 모두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만 고정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라는 판결을 내렸다"며 "(부산지법이)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정기성(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될 것) △일률성(일률적으로 지급될 것) △고정성(사전에 이미 확정될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 당시 재판부는 재직자 뿐만 아니라 퇴직자에게도 근무 일수에 비례해 지급될 경우 통상임금으로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르노삼성이 반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퇴직자에게는 정기상여금의 일할 계산을 적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월에 퇴사했을 경우 말일까지 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해당 월의 정기상여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재직자의 경우 결근이나 조퇴 등 근무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면 정기상여금은 한 달 만근 시 지급하는 액수에서 근무 공백 시간만큼을 일할 계산해 빼고 지급한다. 르노삼성 측은 "근무 시간이 모자란 사람에게 만근한 사람과 같은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난다"며 "근무 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이 고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월 "특정시점에 재직중인 경우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지도지침 내용과도 상반돼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한국지엠과 쌍용차 사측은 정기상여금이 일할 계산으로 지급돼 고정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각각 수용했다. 지난 7월 한국지엠은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노사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연 700%의 상여금과 휴가 수당 등을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시키는 안에 합의하고 3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달 쌍용차 노사 역시 통상 임금 확대 적용 문제에 대해 현재 연 8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지난 4월 급여분부터 소급 적용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복리후생 비용 등 기타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법원에서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 결과에 따라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등에 따라 2개월 내 15일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는 정기상여금 지급을 제외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에서 끝내 의견을 좁히지 못한 이유도 사측이 "고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를 '임금체계 및 통사임금 개선위원회'라는 별도 기구를 만들어 논의하기로 하고 지난달 올해 임협을 마무리 했다. 오는 11월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임금체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노사가 새로운 합의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통상임금 문제에 관해 더 완강한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기아차는 현대차와 달리 근무일수와 관계없이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인정된다"며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기아차 노사는 임금 단체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노조의 부분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기아차 근로자들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며 대규모 집단으로 소송장을 제출한 상태라 노사는 통상임금 문제로 한동안 진통을 더 겪을 전망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