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용 前 산은 총재-'유능한 금융인에게 환경은 극복할 대상일뿐'
정건용 前 산은 총재-'유능한 금융인에게 환경은 극복할 대상일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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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17일 이임식에서 “정들었던 산은을 떠나지만 아주 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미 심장 한 한마디를 남겼다.

지난 14일 재경부에 사퇴 의사를 밝힌 정 총재는 이임식에서 줄 곳 퇴임에 아쉬움이 남는 듯 한 인상을 줬다. 정 총재는 최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재임 기간 중 가장 고민 스러웠던 업무는 대우자동차 매각, 현대 상선 문제와 이로 인한 산업은행이 특별검사 등이다며 후임 총재가 아무쪼록 소신을 갖고 산업은행을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밝혀 이번 이임사는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편, 이번에 정건용 총재가 퇴임함에 따라 재경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새 총재를 임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산업은행 후임 총재로는 유지창 전 금감위 부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정건용 산은 총재의 이임사 전문.



임직원 여러분!

지난 2001년 4월,
취임 인사를 드린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작별의 말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일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어느 조직보다 우수한
산은인 한분 한분의 능력과 열정을 믿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임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한 획을 긋는 마무리가 있어야
또 다른 출발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역사에는 비약이 없으며,
산은의 발전과정도
예외일 수 없다고 믿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의 재임기간 동안
화려하고 거창한 일 보다는
산은의 뿌리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허약해진
국가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국책은행으로서,
대우자동차 매각 등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기업금융전문은행으로서,
구조조정 모델을 제시하고
상시구조조정 시스템 정착에 앞장서는 한편,

금융 위축현상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시장실패의 보완자 역할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2,000여 산은인이 한마음이 되어
2년전 4%대에 달하던 부실여신 비율을
1%대로 감축하는 등,
청정은행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정착하였습니다.

기업금융에 관련된 문제는
산은이 모두 해결한다는 자세로
RB 제도의 시행,
신용위주로의 여신정책 전환,
신속한 자금공급을 위한 사전여신한도제의 도입 등
여신제도의 개선은 물론,

인터넷 뱅킹 시스템, 경영관리 시스템 구축 등
선진은행으로의 기반 강화에 힘써왔습니다.

고뇌와 고통도 없지 않았지만,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러분의 노고에 대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목수는 짓던 집이 완성되면
그 집에서 떠나야 하듯이,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훌륭하신 새 총재를 모시고
임직원 여러분이 혼연일체가 되어,
집 단장을 하고,
정원도 꾸미고
보다 살기 좋은 집으로 만들어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임직원 여러분,

주변 여건을 보면,
선진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 등 위협요인은 여전합니다.

위기 때마다 그러하였듯,
국책은행으로서의 산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상황입니다.

훌륭한 농사꾼에게 나쁜 땅은 없으며,
유능한 금융인에게
환경은 극복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아시아의 Leading Bank로,
세계수준의 국제투자은행으로 발전해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정들었던 산은을 떠나게 되지만
아주 헤어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을 마음에 새기고
어디에 있든지
앞으로도 산은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은행 발전을 위해 성원을 보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저를 믿고 따라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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