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부·한진 총수일가, 지분 90% 이상 금융권에 담보
두산·동부·한진 총수일가, 지분 90% 이상 금융권에 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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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일가 4명 중 1명꼴로 주식담보대출
주가급락시 반대매매 따른 경영권 상실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정초원 기자] 30대 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의 10%가 채권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두산과 동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15일 CEO스코어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의 대주주 일가 428명의 상장사 보유주식 담보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주식가치 63조6300억원 중 10%인 6조3500억원이 금융권 등에 담보 및 질권으로 설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상장 계열사 116곳의 지분을 보유했고, 108명이 38개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대주주 일가 4명 중 1명꼴로 주식담보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삼성, 현대차 등 담보대출 내역이 없는 11곳과 상장사가 없는 부영과 미래에셋 2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17개 그룹의 대주주 일가 전체 주식자산은 17조7700억원, 담보비율은 37.4%다. 대주주 일가의 상장사 보유 주식은 10일 종가 기준이며 주식담보비율은 보유 주식자산 대비 담보 제공된 주식가치로 계산했다.

주식담보대출은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으며,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권의 반대매매(대여금 회수)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최대주주 변경으로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이들 그룹중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이었다. 주식자산 9400억원 중 8940억원 어치가 담보로 제공돼 주식담보비율이 95.1%에 달했다.

두산은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회장 등 3∼4세 경영진 15명이 보유한 두산과 두산건설 주식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설정돼 있었다. 이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동부와 한진이 대주주 일가 주식의 90% 이상을 담보로 잡혀 있다.

동부는 김준기 회장 등 대주주 일가 4명이 동부건설, 동부CNI, 동부제철,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주요 계열사 보유 주식가치 1조96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담보비율은 90.9%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 등이 상장사 지분 1600억원 중 1460억원어치를 담보로 제공해 90.1%에 달했다. 이호진 전 회장이 중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태광은 주식담보비율이 88.3%였다. 이 전 회장의 경우 담보 제공된 주식의 3분의 2 이상을 공탁(금전·유가증권·기타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는 것)했다.

형제간 다툼에 따른 경영권 방어 자금이 필요했던 효성은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이 73.1%였고 한화와 금호아시아나가 각각 66.8%와 66.6%로 뒤를 이었다.

이어 CJ 46.0%, 동국제강 27.4%, LS 26.9%, OCI 19.0%, GS 18.3%, LG 12.6%, SK 12.4%, 한라 11.2%, 현대 10.5%, 코오롱 1.1% 순이었다.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롯데, 현대중공업, 신세계, 대림, 현대백화점, 영풍, KCC, 한국타이어, 한진중공업 등 11개 그룹은 대주주 일가의 주식담보대출 내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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