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보험 규제변화, 소비자권익 전제돼야
[전문가기고] 보험 규제변화, 소비자권익 전제돼야
  •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
  • seoulfn@seoulfn.com
  • 승인 2014.10.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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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민섭 한국소비자원 선임연구원
2014년 정부정책의 기조는 창조경제와 규제개혁으로 대변된다. 이에 맞추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규제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보험 혁신 및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였고, 후속조치를 위해 9월 24일 보험업법 및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금융감독원 또한 지난 8월 자동차보험의 할인ㆍ할증제도 개선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향후 보험관련 규제에 있어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관들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자보호를 위한 장치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 중 소비자관련 사항을 살펴보면, 휴대폰 보험 등 특정보험의 피보험자에 대한 설명의무 규정 신설(안 제95조의2제1항), 보험회사의 대출금리 안내 강화(안 제110조의2), 소비자 권익침해에 따른 보험회사 제재근거 규정 신설(안 제134조제1항) 등이 있다. 특히 보험회사에 대한 제재사유에 '소비자 권익침해'를 명시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의 일부 내용은 과연 소비자권익을 충실히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첫째, 휴대폰 보험 등 특정보험의 경우 사업자의 설명의무 이행부담을 고려하여 상품설명서 제공만으로도 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사실상 설명의무를 면제하는 것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현재의 휴대폰 보험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의 일종인 폰케어서비스로 엄밀한 의미의 보험상품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소비자가 보험회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휴대폰 보험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휴대폰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휴대폰의 성능과 제품비교에 관심을 집중하게 마련이고, 동시에 판매되는 보험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언제든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계약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폰케어서비스와 달리 소비자가 보험회사와 별도로 계약하는 휴대폰 보험은  소비자에게 보험의 보장내용, 면책사항 등에 관해 보다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휴대폰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디지털 카메라 등과 같은 전자제품으로까지 특정보험상품의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공표하였는데, 설명의무가 면제된 특정보험상품의 종류가 늘어갈수록 소비자피해가 양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정보험상품에 대한 설명의무를 면제하지 말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개정안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대출신청자에게 대출금리 등 대출에 관한 중요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대출에 대해서는 표준약관이 없고, 대출약관에 대한 사전신고의무도 없어 소비자보호에 취약하다.

또한 보험업법은 보험회사의 대출관련 광고에 관하여 별다른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의 대출행위에 대해 약관심사, 표준약관 제정, 광고규제 등 추가적인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할인ㆍ할증제도 개선안을 살펴보면, 현재 적용되는 '사고 크기'에 의한 할증기준을 '사고 건수'로 변경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원리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한다.보험은 장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것으로 위험의 크기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도 달라진다.

이때 '위험'은 보험계약자 즉 소비자에게 경제적인 불이익이 될 가능성으로 위험의 크기라는 것은 경제적 불이익의 크기 또는 위험발생 가능성의 크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을 위험의 크기로 볼 것인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정책적 판단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단지 외국에서 사건 건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상 보험료가 중상사고의 경우 과다 할증되고, 경상사고의 경우 과소 할증되는 데 따른 형평성의 문제만을 지적한다.

그러나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도 동일 횟수의 사고를 낸 소비자들간 중상사고는 과소 할증, 경상사고는 과다 할증이라는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경미사고라도 1건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경미사고를 낸 소비자는 보험회사를 이용하기 보다는 자기비용으로 사건처리를 하기가 쉬워 경미사고에 있어 보험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할증기준금액이 100만원인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60만원의 물적사고를 1건 냈다고 가정하는 경우, 현재 기준에 따르면 소비자의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지만, 개선안에 의하면 2등급이 할증된다. 할증기준금액이 50만원인 경우에도 현재보다 1등급이 더 할증된다. 따라서 소비자는 경미한 사고에 있어 보험료 할증을 피하기 위해 보험처리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또한 개선안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우선 고령운전자의 경우 긴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속운행을 하더라도 경미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데, 개선안에는 이러한 고령운전자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한 고가의 수입차량 증가, 자동차부품의 모듈화로 인한 수리비 증가 등 자동차 운행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경미사고의 경우에도 피해차량이 수입차이거나 신형 자동차인 경우 사건 처리비용은 50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되므로 개정안에 따르면 무조건 2등급이 할증되는 것이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과거에 없던 새로운 위험이 나타나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보험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에 맞추어 관련 규제 또한 변화해야 하나 규제 변경의 대전제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권익보호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의 규제 및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시행 또는 변경된 이후 다시 수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금융감독기관이 발표한 보험업법 개정안 및 자동차보험의 할인ㆍ할증제도 개선안이 확정 및 시행되기에 앞서 소비자보호라는 원칙이 충실히 반영되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할증ㆍ할인제도 개선안에 대해서 손해보험업계의 수입을 늘리는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제도시행이전까지 소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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