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수 없는 불균형의 사회
꿈꿀 수 없는 불균형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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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개원하고 국정감사를 실시하니 우리 사회 여기저기 산재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평소 불필요하다는 국민적 질타를 받던 국회가 모처럼 존재이유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조각난 사실들이다. 종합해서 바라볼 때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그런 종합적 시각은 결국 국민들이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 그래서 목전 이익에 급급한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할 일들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국가의 주인 된 도리일 테니까.

일단 조각난 사실들만으로도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에 절망하는 이유들이 보인다. 가족 부양의 책임감에 짓눌리다보면 당장 눈앞의 현실에만 매몰되고 마는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 시절에는 아무래도 사회 전반의 총체적 문제를 보는 눈이 더 밝기 마련이다. 그런 그들의 눈에 과연 우리 사회는 희망적으로 보이겠는지 이쯤에서 기성세대들도 한번쯤은 그들의 시선을 쫓아가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들이 일찌감치 희망 대신 절망의 늪에 빠져드는지를. 각계각층의 이해 틈새에서 법률적 조정을 하고 조율을 해야 할 법관이나 서울에서도 유복한 가정 출신들이 주로 몰리는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온, 중산층 중에도 상위권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이 법조계 잣대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제 선택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맞벌이 가정에서는 보육비 논란을 보며 자녀의 미래까지 캄캄하게 전망하지 않을까 걱정을 안겨준다. 저출산으로 인한 너무 빠른 노령화사회로의 진입을 두려워해서 이런저런 방안이랍시고 내놓곤 하는 정부가 그런 맞벌이 가정을 돕지 못한다면 어떻게 큰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겠는가 싶어 더 답답하다. 결국은 그동안 실효성 있는 정책대신 그저 정치적 선동과 생색내기에만 몰두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나마 맞벌이 가정을 보며 부러움을 느낄 젊은이들은 좀 많은가. 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라지만 사실상 어지간하면 다 고등학교 정도는 마치는 편인 이 즈음이지만 이미 고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못하리라는 철 이른 절망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이 사회가 생각해 봐야 한다.

변두리에 사는 필자는 이 지역 청소년들을 보며 우리 사회의 우울한 전망을 보는 것만 같은 안타까움이 마음 한구석을 짓눌러온다. 서울 시내에서 대치동 다음 가는 학원 밀집지역이라는 필자의 동네, 그래서 듣기 좋은 소리로 강북의 8학군이라고도 말들 하는 동네이지만 동시에 서울의 대표적인 빈민촌과 더불어 생활하는 고만고만한 서민 동네다. 겉보기에 쭉쭉 올라선 아파트 건물들이 밀집돼 있어 그럴싸해 보이지만 내용은 실상 중산층의 하부를 이루는 이들이 옹기종기 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학교마다 대학 합격자 발표시기가 되면 명문대 어디어디에 몇 명이 들어갔다고 자랑스럽게 플래카드를 내걸곤 하지만 동시에 적잖은 청소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봐야 공부는 뒷전이고 어떻게든 아르바이트로 용돈이라도 벌어 쓰는 일에 일찌감치 맛을 들인다.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 그 아이들이라고 없기야 할까마는 더 이상 사회에 대한 기대는 접은 듯이 보여 가슴 답답하지만 기성세대의 눈에도 별달리 그들의 갈 길을 안내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고도 성장기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계층상승의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그런 고도 성장기를 지나 안정화의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쌀자루에 쌀을 담으려면 중간에 한 번씩 자루를 추슬러 줘야 하듯 지금 우리 사회도 그렇게 추스를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런 추스르기를 잘못하면 성장은 고사하고 안정마저 깨질 수 있다.

사회가 성장하려면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고등학교 이하에서부터 절망하는 아이들, 대학을 나왔더라도 취업문턱에 걸려 주저앉거나 간신히 취업은 했지만 엄두가 안나 결혼도, 출산도 주저하는 젊은이들, 어렵게 결혼하고 출산했더니 아이 양육문제로 직장과 가정의 틈새에 끼어 버둥대는 젊은 엄마들부터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비명조차 지르기 힘든 이들이 너무 많다. 성장을 하려면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하고 다수의 국민이 꿈꿀 수 있게 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물론 정부도 국민도 모두가 고도 성장기에 잘못 번식한 ‘대박’의 꿈을 먼저 접어야 할 테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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