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예산, 기대와 걱정
수퍼 예산, 기대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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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5.7% 늘면서 재정적자 규모만 33조원에 국가채무는 57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확대는 불가피한 재정확대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따라서 증세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복지확대를 내걸고 집권한 현 정부는 큰 세금이 나올 부문에 증세 없이 여기저기 지원만 늘리려니 적자규모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고작 세금을 늘리려는 곳들은 서민들 부담이 가중될 간접세뿐이니 이게 과연 민생을 정치적 이슈화해 공세를 펼치는 정권으로서 합당한 정책인지도 아리송하다.

강력한 경기부양용 예산편성 자체는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으로 볼 때 근본적으로는 수긍할 만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기침체 원인이 단지 외부적 요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내수기반 붕괴에서 더 큰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 정부가 하고자 하는 정책이 과연 그런 내적 요인에 대한 고려를 얼마나 한 것인지가 매우 의심스럽다.

이번 예산 편성을 두고는 많은 이들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향후 적자폭 감소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차기 정권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정책이 성공하면 박근혜 대통령식 표현으로 그야말로 ‘대박’을 볼 수도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위험요소를 상쇄시킬 정도의 성공 확률이 기대만큼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데 큰 문제의 불씨가 있다.

우선 이렇게 경기부양에 드라이브를 건다고 과연 그 효과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실현될 것이냐는 점에서 그 성과는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뤄봐서 기업성장 위주의 경제적 성과가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민생도 펴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특히 한국경제가 일정 수준에 오른 이후에는 오히려 경제사회적 양극화만을 심화시켰을 뿐 실질적인 서민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대입해보면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일본의 경제구조, 즉 나라는 부자이나 국민은 가난하다던 그 전철을 우리가 밟아가도록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가계 빚을 겁내지 말라고 종용하는 분위기가 그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국제기구들까지 걱정스러운 지적을 하고 있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를 현 정부는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고도 성장기에는 분명 ‘부채도 자산’이라는 명제가 그럴싸해 보였다. 빠르게 달려가기만 할 때의 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별 필요 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가뜩이나 부족한 서민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더욱 죄는 역할을 하고 있어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해서 주거목적의 서민주택 거래가 활발해질 수는 없다. 결국 정책의 효용성이 나타나봐야 고작 부동산 투기를 불러오는 일 외에는 없다는 얘기다. 과도한 부채가 초래하는 문제는 비단 가계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부쩍 늘어날 국가부채 문제도 전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빠트렸던 재정위기의 위험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할 뿐이다. 물론 재정규모 확대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복지수요를 이만큼 늘렸으니 당연히 재정은 확대되어야 하고 또 경기 부양을 하려면 그만큼의 재정수요가 더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니까.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증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못하고 각종 비겁한 편법을 동원해서 실질적 증세를, 그것도 서민들 주머니 털어서 실현하려 한다는 점과 그것만으로도 어쩌지 못해 임기 내에는 결코 해소하지 못할 규모의 재정적자 확대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도 간접세 비중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만큼 부자들에 비해 서민들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간접세를 ‘건강과 복지’를 내세우며 더 늘리겠다고 한다. 세금 쥐어짤 곳이 서민들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조삼모사식 복지정책 펴라고 그 많은 표가 몰렸었을지 되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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