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 '가속'…유동성 우려 여전
동부그룹 구조조정 '가속'…유동성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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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매각 '흥행'…동부인천스틸 매각은 난항
자산 매각에도 동부건설 회사채 상환 '역부족'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동부그룹 자산 매각이 흥행몰이를 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동부그룹 전반의 유동성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동부발전당진 본계약…비금융 계열사 매각 흥행

2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최근 동부발전당진은 삼탄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5일까지 2700억원의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매각절차는 모두 완료된다. 이어 동부하이텍과 동부특수강도 이달 각각 본입찰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시작한다. 그간 산업은행이 '동부 패키지(동부발전당진+동부인천스틸)'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지부진했던 구조조정 작업이 개별매각을 기점으로 탄력이 붙은 셈이다.

우선 현재 현장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부하이텍의 경우 인수의향을 내비친 곳만 5곳 이상이다. 앞서 국내 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애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미국계 펀드인 베인캐피털 등 투자펀드 3곳은 지난달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인도 HSMC와 중국 SMIC 등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이달 본입찰에 들어가면 이르면 내달 본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특수강도 인수 후보군에 세아그룹과 현대제철이 거론되면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세아그룹은 이미 지난 7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동부특수강 인수 준비를 공식화했고, 현대제철 역시 내부적으로 TF를 만들어 인수를 긍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9월말에서 10월초까지 동부특수강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접수받고, 11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2월 계약 체결, 내년 1월 계약 완료를 목표로 매각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부특수강의 경우 산업은행 PE가 동부제철로부터 1100억원에 매입해 재매각 하는 과정이라, 그룹 입장에서는 사실상 매각이 완료된 상태다. 

이 밖에 동부익스프레스는 이미 제3자 매각(3000억원 규모)이 완료됐고, 하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동부메탈 또한 연내 매각이 추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동부제철의 100% 자회사인 동부당진항만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조성해 인수하려 했지만,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탓에 추후 매각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동부인천스틸 '계륵'되나…유동성 위기 여전

문제는 아직 매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동부인천스틸이다. 앞서 산업은행이 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을 함께 매각하는 '패키지딜'을 추진했던 이유도 동부인천스틸의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룹 내에서 알짜배기 자산으로 꼽히는 동부인천스틸의 매각 계획을 마냥 손놓고 미뤄둘 수만은 없다는 게 산업은행의 생각이었다. 실제 지난해 동부가 내놓은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 계획에서 동부인천스틸이 차지하는 비중(동부 산정가 1조2000억원)이 가장 높아, 이 회사의 매각 결과가 전체 그룹 구조조정 성공 여부를 판가름 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패키지딜이 무산되고 개별매각 이후 동부발전당진이 급속도로 팔리자, 산업은행의 패키지딜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처음부터 개별매각을 추진했다면 동부발전당진의 시장가치가 최상인 상황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매각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로서는 패키지딜 추진이 불가피했다"며 "우려대로 지금까지도 동부인천스틸의 매수 의향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중국 몇몇 업체가 매수 의향을 밝혔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기도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3월 초 중국, 대만 철강업체 5~6곳이 M&A 중개업체 등을 통해 동부인천스틸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룹 구조조정 작업에 탄력이 붙었지만 유동성 위기가 여전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우선 동부건설은 회사채 만기도래를 코앞에 뒀다. 오는 9월 500억원, 10월 844억원을 합해 올해 1344억원의 채권이 만기도래한다. 당장 삼탄으로부터 동부발전당진의 매각 대금 2700억원이 유입돼도 채권 만기까지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 지분 60%를 담보로 빌려준 브릿지론 2000억원을 딜클로징과 함께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채권단은 동부건설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에 빌린 돈을 갚아야하기 때문에 매각 대금이 들어와도 여유 자금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물론 자산 매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된다"며 "동부하이텍 보유 지분 매각, 매출 채권 유동화, 각종 부동산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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