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작전 3
16회-작전 3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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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이냐? 나 김 선배다. 잘 지내? 준비는 잘되고?”

충석이 수화기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예. 여기는 준비 다 됐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언제 뜨는 겁니까?”

충석은 대답 대신 질문을 계속했다.

“동방하고 워싱톤과의 회의는 잘 진행되고 있나? 누가 주도하고 있는 지는 파악이 됐겠지.”

“예. 주로 리차드라고 하는 유태인이 진행하고 있고 그 밑에 피터라는 친구가 차석으로 보조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들하고는 지난번 만찬 때 안면을 터놓았습니다.
사전에 합의가 잘 되어서 그런지 회의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동방은행의 부실 자산 규모와 처분 방법을 놓고 협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최종적으로는 디테일한 문제가 조금 있을 것 같으나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이면 계약이 있는 것 같은 냄새도 안 나고요.“

우일이 그동안에 파악한 사항을 자세히 보고 한다.
충석이 만족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수고 했어. 맥킨지에서도 그 리차드라는 친구가 배후에서 주도하고 있다고 첩보가 왔어. 주목하고 있으라구. 최종 협상과 발표는 지금 언제로 잡혀있지?”

“모래 오후입니다. 아마 3시경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오전 중으로 기사가 뜰 수 있도록 조치해 놓을 거니까. 모니터 잘 하구 있으라구.”

충석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담배를 고처 문 다음 다시 대성은행 비서실로 전화를 돌렸다. 박 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전화를 받는다.


“지금 블룸버그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혹시 모르니까. 내가 지난번에 말한 컴퓨터 해킹 전문가는 어떻게 수배가 됐습니까?”

충석이 다소 급한 목소리로 채근하듯 물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박차장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한다.

“해킹 전문가는 연락하면 30분 내로 올수 있고 추적을 피할 수 있는 컴퓨터도 이미 수배가 끝났어. 하지만 김 차장이 블룸버그에 있는 친구와 협조가 잘되 정식으로 기사가 뜨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블룸버그에서 나한테 연락만 오게 하라고 그러면 이미 답변도 준비하고 있으니까.”

“동일은 언제 정식으로 부도가 나는 겁니까.”

“내일 날짜로 부도 처리 될거야. 정식으로 발표하는 거지. 지금 나가면 무조건 특종이 될 수 있는 거야. 현재 어음을 안 막아주고 있는 상태니까. 동일에서 지금 죽기 살기로 뛰고 있어. 정치권의 압력이 대단하다구.”

“그런데 부실 규모가 10억 달러가 늘어난다고 하면 되는 겁니까. 실제로는 정말 얼마나 증가하는 겁니까?”

“실제로는 한 1억불 정도 되는 거야. 그것만 해도 대단 한거지. 아무튼 나한테 확인만 시키라구. 그러면 무조건 10억불로 대답할 테니까. 나중에 내가 숫자 확인을 잘 못한 것으로 하면 되니까. 일단 물 건너 간 다음에는 그 정도 오리발 내미는 거야 상관없어.”

“지금 김 선배는 어디 있습니까? 행장실에 계세요?”

“아니 출장 중이야. 비서실 김 진숙씨와 같이 미국에 갔잖아. 지난주에. 아마 다음 주에나 올거야.”

충석이 갑자기 의아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진숙씨도 같이 갔어요? 미국 어디에 갔습니까?”

“응. 비밀인데 김 차장한테만 말하는 거야. 미국에 이 기평 박사인가 하는 사람 만나러 간다구 하더라구. 뭐 아주 요긴한 일이 있나 봐. 이 판국에 출장 가는 거 보면. 하기야 지금 행장이 여기 없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여기 지금 난리 났을 거야. 아마 일부러 잠깐 튄 것 같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네.”

충석이 일단은 지금 해야 될 일이 더 바쁘다는 듯 전화를 끊는다.

“자 그럼 출발 합니다. 대기하고 있으세요.”

“오케이. 건투를 빈다구. 여차하면 빨리 연락해. 해킹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으니까.”

“해킹은 불법이예요. 알았습니다.”

충석이 자신에게 다짐하듯 수화기를 내려놓고 양복 상의를 줏어들었다.



충석이 다시 담배를 고쳐 물었다.

‘이 새끼는 왜 빨리 안나오는 거야. 뭤두 약에 쓸려면 귀하다더니’

충석이 다시 담배를 하나 고쳐 물었을 때가 되어서야 입구 쪽에서 김 대기의 빤질한 얼굴이 보였다.

‘개새끼. 학교 다닐 때부터 양놈 꽁무니만 좇아다니더니 졸업하고서도 양놈의 통신사에 붙어서 먹고 사는구나. 하기야 요즘 같은 세상에 영어 하나라도 끝내주게 잘 하는게 어디냐.’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충석을 발견하고는 유들유들 웃으며 다가오는 대학 동기 김 대기의 얼굴을 보고는 충석은 얼른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야. 니가 여기까지 웬일이냐. 나한테 알아 볼일이 다 있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방장께서 우리같은 외인부대야 기자실로 부르지, 직접 찾아오다니 뭔일인지 궁금하다 야. 그런데 오늘 내가 당직이라 한 30분만 있다가 올라가야 돼.”

충석이 속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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