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통계의 허와 실
공식통계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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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산업 시장에 있어 공식 통계 자료는 중요한 홍보 거리로 작용된다. 통계나 설문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 기업 입장에선 ‘자랑’이며 ‘명예’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 확보가 더없이 중요한 금융기관이나 IT 업계에서 이러한 공식통계가 나오면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회사 알리기에 나선다.

보고서를 인용해 시장리더가 됐다거나 매출액 1위를 기록했다거나 하는 등의 공식 발표는 당연히 대중 심리를 따라가는 고객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통계 발표에 대해서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과연 어느 만큼의 신빙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증권시장에서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HTS 업계 순위 발표를 봐도 그렇다.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의 선두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시피 한 순위는 거의 변동 자체가 없다.

이들 증권사들의 HTS들의 기능과 성능을 무시할 순 없지만 실제 이들 순위 매김에 있어 증권사와 조사업체 간의 암암리 협조가 오가고 있다는 소문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실제 실무진들은 공식 발표의 신빙성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

한편 얼마 전에는 IT 업계 모 기업이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라 동종업계 경쟁사의 자료와 불일치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추후 확인해 보니 그 모기업은 시장에서의 경쟁사를 의식, 홍보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묵은 자료를 활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홍보맨들의 직업의식이 너무 투철한 것 때문인지 알 순 없지만 참 어이없는 실수로밖에 비춰지지 않게 됐다.

이렇듯 공식 발표에는 항상 명예와 자랑만이 수반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공식통계를 홍보거리로 알리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자료인지를 되물어야 하겠다.

‘공식’이란 단어 자체가 풍기는 암묵적인 객관성의 의미가 희석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물론 객관적 통계자료는 고객확보에 있어 중요한 미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을 바보로 알지 않고서야 실제 업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자료를 제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통계 조사업체, 해당 기업, 고객 모두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공식 자료와 통계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로 시장 리더라든가 업계1위를 했다고 해서 자칫 우쭐해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고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건전한 소비문화를 촉진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또한 이것이 한국 경제가 지향하는 선진 금융 문화를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지연 기자 lamanua@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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