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일본식 원고불황 답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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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연구소, '원고불황 가능성 점검' 보고서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20년 넘게 일본 경제를 괴롭혀온 엔고(高)불황처럼 국내 경제도 원고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원고불황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최근 '경상수지 흑자 확대→원화강세→수출 감소·수입 증가→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이어지는 환율의 경상수지 조절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원화가 절상되더라도 경상수지 흑자가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원화강세 상황에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원화강세가 주춤한 상태지만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연간 800억 달러, GDP의 6%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IMF는 이를 적정수준(2%)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고, 미국 상원 청문회는 한국 정부가 원화강세를 지연시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원화강세와 경상수지 흑자의 공존이 오히려 일본식 엔고불황처럼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의 장기침체, 즉 잃어버린 20년은 엔고불황이 심화된 결과"라며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내수침체 때문에 소위 불황형 흑자가 누적되면서 이것이 원고압력을 증대시키고, 원화강세가 다시 내수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엔고불황의 발생경로를 보면, 과도한 엔고가 일본의 수출부진을 유발하고, 수출 기업의 수익악화가 고용불안과 임금둔화를 통해 내수침체로 이어지면서 수입도 크게 감소해 엔고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됐다. 즉 '엔고→내수침체→경상수지 흑자→엔고'의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엔고 하에 내수침체가 기조화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곽 연구위원은 원고불황의 사전 징후로 두 가지 현상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원고와 경상수지 흑자 공존 상황이 지속되는 부분이다. 당국이 원고를 억제해서 흑자가 커졌다기보다 원고가 내수침체를 유발해서 흑자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경상수지 흑자만 보고 원화절상을 용인한다면 원고에 의한 내수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원·달러 환율과 코프피의 상관관계가 변화되는 상황이다. 일본에서 주가는 엔·달러 환율을 그대로 따라갔다. 엔고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환율이 주가는 물론 경기도 결정했다는 게 곽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반면 아직 국내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일본과 정반대로, 엔고에 일본주가는 하락했지만 한국주가는 원고일 때 상승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원고가 지속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러한 상관관계도 일본식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6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에 다가서자 수출 감소 및 기업수익 하락 우려에 따른 주가하락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제기됐다.

곽 연구위원은 "과도한 원화절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허용되는 범위 내 에서 최대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필요가 있으며,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및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 등 외화를 해외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내수침체와 수입 감소로 인한 원화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내수 경기회복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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