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21곳 추가…"돌파구가 없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21곳 추가…"돌파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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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기업 34곳 중 건설사만 21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건설사들조차 정상화계획 이행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 업계에 '연쇄 도산'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건설사 M&A 등 돌파구 마련 분주

2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100대 건설사 가운데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삼호, 동일토건, 동문건설 등 8곳이며 쌍용건설, 벽산건설(파산), STX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우림건설 등 10곳은 법정관리 중이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 가운데 금호산업은 경영정상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연내 졸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오는 9월 추석 이후 금호산업에 대해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실사에 착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회사 및 76개 채권단과 협의해 워크아웃 졸업 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 약정이 올해로 끝나는 삼호와 진흥기업의 경우 기한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각 주채권은행들이 반기 결과를 토대로 연장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은행들은 채권상황 유예와 저리 지원이 기업정상화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워크아웃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앞서 지난해 말 고려개발의 경우 채원은행이 워크아웃 기한을 지난해 말에서 2년 연장한 바 있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들은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은 만큼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인 M&A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매각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이들 건설사를 인수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건설 M&A시장 최대 물건인 쌍용건설은 해외시장에서의 탄탄한 경쟁력에 최근 1조원 이상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를 털어내면서 M&A 성사가능성이 높아졌다.

쌍용건설은 이달 내 2, 3차 관계인 집회를 열 방침이다. 채권단과의 협의가 끝나면 이달 말께 법원에 회생계획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인가를 받으면 당초 매각을 전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만큼 제3자 유상증자 등 외부투자방식 매각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 M&A 전문가는 "쌍용건설은 그동안 걸림돌이었던 우발채무 부담을 줄여 해외공사 등 사업부분까지 더해 매력적인 상품이 됐다"며 "실제로 해외에서 구매력이 있는 몇몇 업체가 관심을 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몇 차례 매각에 실패한 동양건설산업의 경우 소액주주 및 하도급 건설업체들이 인수추진위원회를 구성, 직접 자금을 마련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M&A가 속도를 내지 못하자 주주들이 직접 회사를 인수해 정상화시키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데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움직임도 없어 매각 성사까지는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M&A 실패시 연쇄도산 우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은 수년째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며 회생절차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LIG건설은 지난해 5월부터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두 차례 모두 자금조달계획 불투명 등을 이유로 유찰됐다. 남광토건은 지난달 26일 본입찰을 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으며 우림건설 등도 진척이 없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중소형 건설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M&A 추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M&A마저 실패할 경우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M&A가 잇달아 실패로 돌아가자 법정관리 주체인 법원도 최근 매각가능성이 어려운 건설사들에 대해 파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법정관리 중이던 벽산건설이 잇단 매각 실패로 지난 4월 파산신청을 받아들였다. 또 이달 초에는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알려진 중견사 성원건설에 파산을 선고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점부터 보증발급이 막히고 신규수주활동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M&A가 회생계획을 이행할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규수주를 따내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분위기상 법정관리 건설사가 M&A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건당 계약규모가 큰 만큼 업력과 신뢰도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법정관리 딱지가 붙으면 신규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업황 침체와 높은 부채비율 탓에 건설사 매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에 따르면 4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17개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인 건설사가 총 39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금감원은 해당기업의 '낙인효과'를 고려, 기업명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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