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號의 경제 해법 '걱정이 반'
최경환號의 경제 해법 '걱정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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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취임 일성은 내수활성화였다. 내수활성화라는 방향 자체는 일단 누구나 지지할 만한하다. 문제는 해법이다.

최부총리의 해법은 이제까지 성장주의자들이 애용해왔던 방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재정확장을 통해 내수침체를 극복하고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은 좋은데 금리를 인하하고 각종 공공요금을 인상하며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기대겠다는 방식이 이미 깊어진 여러 문제들을 더 악화시키는 길은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최 부총리는 후보 내정 직후부터 거듭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강조하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고 역설해왔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건설업 활성화로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여기저기 토목사업들을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문제 해결의 방향과는 계속 엇나갔었던 점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우려를 자아낸다.

건설업종의 일자리 대부분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저비용 노동시장으로 전락했다. 건설 현장 대부분에서 내국인을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은 최부총리 자신이 첫 일정으로 방문한 새벽 인력시장에서 직접 들은 얘기라는데, 그렇게 경기가 살아난들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아할 뿐이다.

적지 않은 이들이 내국인 일용노동자들이 값싼 일자리를 피하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쓰는 줄 알지만 실상은 노동법 상의 기본 복지비용조차 회피하려는 기업들이 내국인 노동자들을 기피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하우스푸어 문제도 온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부동산 금융의 규제 완화를 얘기하는 것은 늪에 빠진 사람이 빠져나가겠다고 무턱대고 힘껏 팔다리 휘젓다가 점점 더 늪으로 빠져드는 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최부총리의 발언 중 물론 눈에 띄게 새로운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투자에 소극적인 대기업들에 대한 공세적 자세는 이제까지 보아왔던 정부의 정책 아이디어와 분명 달라 보인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지난 10년간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렇다 할 투자를 별로 하지 않았다. 그 전에 확보한 시장에서 안전하게 돈 버는 일에만 전념하며 일자리는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효율이고 경영합리화로 포장해왔다.

물론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에서도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하지 않으면 그 시장 자체를 지켜나갈 수 없으니 신제품 개발에 열성을 쏟지 않았다고 비판할 수는 없을 터다. 문제는 그 정도 연구개발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라도 다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가 경제가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설 때는 남의 기술 모방하는 정도만으로도 급성장할 수 있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발끝에 힘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도약이 필요한 일이라고들 한다. 스스로 길을 여는 개척정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의력 등 전혀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은 그런 도약의 필요를 앞에 두고 계속 망설이고만 있는 형국이다. 기업 입장에서 스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나아가기에는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과 짊어진 짐의 무게가 만만찮아 두려울 법도 하다.

그러나 머뭇거리는 사이에 새로운 경쟁자들은 계속 성장, 추격해오고 앞으로 선뜻 발을 내디딜 용기는 없어 머뭇거리다가 결국 도약할 시기를 잃을 가능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대기업들을 향해 빨리 뛰어오르라고 강하게 채근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일단 시험해볼 만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기업들의 대응이 어느 방향으로 튀어나갈 것인지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방임하기에는 머뭇거리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놔두면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은 대기업들에게 빨리 뛰어오르라고 채찍질만 해서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새 경제팀의 속 깊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들의 게으른 잠을 깨울 수만 있다면 한국 경제에도 희망이 생길 텐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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