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을 달리 보면
부동산 거품을 달리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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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서히 부동산 거품에 대한 걱정들이 부동산시장 쪽으로부터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현재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총량경제 차원에서 부동산 거품 우려를 얘기해도 막상 해당 시장에서는 괜한 겁주기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시장 분위기에서 보자면 현재는 그래도 염려해야 할 수준이라는 정도로 사실 인정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상당한 변화다.

실상 근래의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 가격은 좀체 꺼지질 않고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웬만큼 다 쓴 셈이지만 도무지 약발이 먹히질 않는다. 새로운 부동산 투자처가 될만한 행정복합도시니 하는 도시 기능 분산대책 등이 쏟아져 나와도 그와는 별개처럼 강남 지역 아파트 값은 요지부동이다.

다른 지역들은 분명히 정부 부동산 억제책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가격을 잡으려는 주 대상인 강남지역 아파트 값만은 정부 정책을 비웃듯 가격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럴까. 정말 정부 일각에서 생각하듯 가진 자들의 저항일까.

돈은 단지 돈을 따를 뿐 이데올로기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정부가 마땅치 않아도 돈벌이가 된다면 정책에 협조하게 돼 있다. 그것이 돈의 속성이다. 따라서 정부의 판단도 그 사안의 진행 순서를 정확히 이해한 후에 내리는 것이 옳다. 먼저 돈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느껴보는 게 바른 출발일 것이다.

처한 입장이 다르면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래서 학창시절 허물없던 친구 사이도 사회생활 10여 년만에 만나기 껄끄러운 관계로 변할 수 있다.

비교적 각자의 계급으로부터 자유롭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 기억을 떠올려 보라. 어떤 친구는 주머니에 점심 값이라도 넣고 있지 않으면 어디 뭘 먹으러 갈 생각조차 않는데 또다른 친구는 일단 가서 먼저 시켜 먹고 난 다음 생각해보자고 배짱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몇 날 며칠 돈 한푼 없이도 무사태평으로 지내는 친구가 있고 불안해서 계산하고 또 해보는 친구도 있다. 각자의 계급에 구속당하지 않는 그 청춘들도 저마다 훈련된 계급의 속성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대개의 중산층들은 무언가를 비축해두지 않고는 불안해서 배기질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산층의 두께가 두꺼운 사회일수록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중산층들이 IMF체제를 거치는 과정에 대거 몰락했다. 남은 중산층들 역시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한다. 무언가 믿을만한 투자, 안정된 노후 생활 대책이 될만한 수익원으로서의 투자에 목매달게 돼 있다.

그들은 또 본인들이 스스로의 노후를 100% 직접 책임져야 할 세대임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사회 공적부조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음을 역시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노후가 불안한 세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 사회 전체의 재화 중 상당부분을 스스로 소유하고 있으나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불안감이 너무 커서 자신들의 재화가 일으킬 재앙의 정도를 가늠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리고는 분배를 얘기하는 정부가 자신들의 재화를 노리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종종 드러내곤 한다.

필자는 근래 강남 언저리의 한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친척을 만났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재개발이 유보됐다며 사유재산권 침해니 좌익 빨갱이니 운운하며 입에 게거품을 문다. 물론 재개발 논의와 더불어 폭등한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안한다.

그 사람에게 그 아파트는 값으로만 따지자면 30여 년 직장생활에서 정년퇴직하고 현재 남은 재산의 거의 대부분이다. 그의 노후가 바로 거기 달려있다는 얘기다. 그 입장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은가. 당국자들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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