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외칠 수 없는 이유
'대~한민국'을 외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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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이래로 월드컵이 시작됐다 하면 언론의 관심이 온통 월드컵으로만 쏠려 마치 대한민국에 축구 이외에 다른 일은 모두 멈춘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나 올해 월드컵 열기는 2002년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여전히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오를지, 나아가 8강까지 기대해도 될지, 혹은 누가 승리의 골을 넣을지 등등 관심이 삭아든 것은 아니지만 전 국민이 밤샘을 해가며 응원할 정도로 심장을 들끓게 만들었던 열기는 많이 식었다. 한마디로 신명이 죽어버린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명을 일으키기에는 짜증나고 힘겨운 일들이 너무 많아 월드컵 열기로도 해소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식어버린 경기 때문에 사는 게 힘겹고, 세월호 참사의 고통은 아직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분노는 더 깊이 침잠해 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유병언 일가는 어디로 갔다는 것인지 경찰력을 총동원하고도 도무지 찾지를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미 밀항해 국내를 빠져나갔다고도 하고 경찰력이 집중된 경북 일대에서는 여전히 제보전화들이 잇달아 걸려온다는 데 가보면 전혀 근거도 없다고만 한다.

내가 도망 다니는 유병언 입장이라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선언이 있고 난 직후에 밀항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조직이 공중분해 당하게 된 해경이 집단적인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틈에 빠져나가기가 가장 수월했을 테니까.

이미 국내를 빠져나갔다면 어디로 갔을까. 당장은 한국과 범인 인도조약이 맺어진 나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치안이 허술한 제3국에서 최종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곳이 정해질 때까지 몸을 숨길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의 행적을 보자면 어디 은밀히 뒤를 봐줄 외교공관 하나쯤 확보했을 가능성도 충분할 테고, 요즘 세상에 국내 비호세력들과 소통할 방법이 어디 인터넷이며 스마트폰뿐이겠는가. 폐쇄형 SNS를 통해 얼마든지 비밀 지시며 각종 정보 교류가 가능할 테니 어디 가 있은들 국내 조직을 지휘하는 일이 불가능하겠는가. 그래서 여전히 오리무중인 유병언은 과연 어디있는지가 궁금하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기를 쓰고 유병언을 체포하면 과연 세월호 참사로 정부가 대신 치러줄 제반 비용들 회수는 가능할까. 현재 진행되어가는 모양새로는 그것도 난망일 듯 보인다. 결국 국민 세금 축날 일만 남았다. 국민 성금이 대부분 기업 출연분이지만 1천억 원을 넘어섰다는 데 그렇다고 성금이 보상금으로 대체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세월호가 우리의 관심을 잡아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일한 궁금증도 아니다.

느닷없이 극우언론인을 국무총리로 내세우며 절묘한 선거용 안배인양 호들갑 떨던 정부는 구석구석에서 끄집어져 나오는 그의 황당한 과거 발언, 주장들로 인해 지금 매우 난감한 처지로 몰려 버렸다. 웬만하면 밀어붙일 기세였던 청와대도 결국 한발 물러서서 지명자 본인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지만 당사자는 일단 버티고 보자는 입장인 모양이다. 지명자의 뒤통수를 제대로 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재고해 보겠다고 했다지만 과연 모양새 덜 빠지게 일처리 할 어떤 묘수를 선보일지 궁금하다. 재보선이 멀지 않으니 그 방법 찾기가 꽤 난감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모든 궁금증보다 더 가슴 짓누르는 것은 답답하기만 한 경제 현실이다. 교체를 눈앞에 둔 현 경제부총리는 여전히 우리 경제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4% 달성이 가능하다고 우기지만 안에서 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밖에서 들어오는 소식들은 더욱 암담하기만 하다.

세계 경제의 3대 대국이라는 미중일 모두 경제성장률 둔화를 우려하고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0.7%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 경제대국들의 성장률 둔화만 문제가 아니다. 환율, 국제유가,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등이 모두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들이다. 내수가 죽쑤는 데 수출마저 어려워지게 생겼으니 한국경제가 헤쳐나갈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니 신명나게 대~한민국을 외칠 기력이 없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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