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보다 비싼' 전세 중개수수료 뜯어고친다
'매매보다 비싼' 전세 중개수수료 뜯어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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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련 연구용역 진행…'공인중개사 설득'이 관건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 은퇴생활자 고모씨(76)는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반포 한신아파트 92㎡를 4억8000만원에 전세계약하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로 240만원을 냈다. 같은 값의 아파트를 살 때 내는 중개수수료 192만원과 비교하면 50만원이나 비싼 금액이었다.

고씨는 "요율대로라면 350만원을 내야 했지만 그나마 사정하고 부탁해서 100만원 정도 깎은 것"이라며 "어떻게 매매 수수료보다 전세 수수료가 더 비싼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가격의 주택을 살 때보다 전세로 들어갈 때 더 비싼 중개수수료를 치르는 등 비정상적인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대한 개선작업이 실시된다. 다만 중개수수료가 하향 조정될 경우 생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개선작업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올 연말까지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손질해 개편키로 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는 8월이면 나올 예정이지만 그 결과에 대해 이해당사자인 공인중개사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은 연말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행 부동산 수수료 체계는 2000년 개편된 후 14년 동안 묶여 있어 변화한 주택가격, 주택수요 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전셋값이 3억~6억원 선인 주택을 구할 때 같은 가격대의 주택을 매입할 때보다 수수료가 더 비싼 경우가 생기는 등 불합리한 점이 개선사항으로 꼽혀왔다.

이번 개편의 골자는 현행 수수료 체계의 모순과 불합리를 없애는 것이다. 국토부는 먼저 수도권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일부 가격대에서 나타난 매매거래와 임대차(전·월세) 거래간 중개수수료의 '역전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수료율 체계를 바꿀 방침이다.

또한 거래액 구간 역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특히 최고액 구간을 지금보다 올리는 방향으로 요율체계를 개편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법률상 부동산 중개수수료율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전국 모든 지자체가 국토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 지자체들 입장에서는 지역 민심 유도에 능한 공인중개사와의 마찰을 우려해 조례 개정 등을 통한 중개수수료 개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국토부 판단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매매는 △5000만원 미만 주택의 경우 0.6% △5000만~2억원 0.5% △2억~6억원 0.4% △6억원 이상 0.9% 이내에서 중개업자와 중개 의뢰인이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임대차의 경우에는 △5000만원 미만은 0.5% △5000만~1억원 0.4% △1억~3억원 0.3% △3억원 이상 0.8% 이내에서 역시 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이 협의해 정하도록 돼 있다. 이 중 최고액 구간의 수수료율은 통상 0.9%(매매), 0.8%(임대차)가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매매인지, 임대차인지에 따라 거래액 구간과 요율이 다르다보니 3억~6억원 전세거래는 같은 가격의 주택을 매매할 때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즉 같은 값의 주택을 살 때보다 전세로 구할 때 중개수수료를 더 많이 물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매매와 전세 간 수수료가 역전되는 3억원 이상 전세주택이 더 많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규정은 한도 내에서 의뢰인과 중개업자가 합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지만 사실상 중개업자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요즘 같은 전세난에 집을 구해달라는 사람이 줄을 섰기 때문에 세입자는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십수년 전 만들어진 수수료 체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현재 시장상황에 맞게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상한 요율도 낮추는 등 수수료 체계가 조정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오피스텔이 실제 주택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도 상가와 같은 주택 외 건물로 분류돼 최고 0.9%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문제도 개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의 경우 업무용으로도 쓰이지만 주거용으로도 쓰이고 주택보다 규모도 작고 주거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많이 물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과 비슷한 수수료율이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지만, 실제로는 주거용과 업무용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맹점으로 지적된다.

관건은 정부가 이 같은 개편안 처리에 대해 중개업자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설득하지 못할 경우에는 전국적으로 8만2000여명에 달하는 이들이 집단 반발에 나설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에 국토부는 개별 집단별로 공인중개사를 만나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여는 등 여론 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중개업자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중개수수료 개편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자 부담을 낮추면서도 공인중개사들이 큰 타격은 입지 않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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