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회 대책에서 빠진 것
안전사회 대책에서 빠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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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에서는 또 그들대로 안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나름대로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런 노력들을 비웃듯 잇달아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사건 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다. 왜 그럴까? 왜 안전에 대해 그렇게 많은 말들이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안전불감증은 여전하고 줄 잇는 대형사고에 허둥대기만 할까.

이번 정부 대책에서도 나타난 문제점이지만 이런 대책에 도대체 사람에 대한 투자를 얘기하고, 일할 사람들에 대한 안전을 걱정하는 대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조직을 바꾸고 시설 강화만 당사자들에게 요구하면 다 될 것처럼 당당하다. 과연 그럴까. 사람 없는 조직은 있으나마나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고 또 그들이 일할 환경을 만들어주고 열심히 일할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 계획 없이 그저 하드웨어를 뜯어고치는 일에만 몰두한다.

물론 하드웨어도 낡았으면 바꿔야 하지만 마치 소프트웨어 보강 없이 대형 컴퓨터 도입을 논의하는 것만 같아 답답하다. 소프트웨어 없는 컴퓨터는 그저 빈 깡통이나 다름없는 데도 말이다. 이런 일이 업에서 처음 컴퓨터를 도입하던 시기에는 담당자들을 속 터지게 하는 경영자들의 발상이었다. 이제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는 경영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영자들조차 기업이 하드웨어라면 그 기업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가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해서 안타까워 보일 때가 많다. 상사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는 이들을 성실하다고 믿고 할 일 다 하고 쉬는 부하 꼴을 못 보는 무능한 상사처럼 경영자들은 조직 효율을 내세우며 조직 내 직원들을 기계부품처럼 돌리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래서는 결코 창의적인 조직문화가 살아날 수가 없다.

컴퓨터 속의 많은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풀가동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프트웨어를 깔아놓는 것은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하기 위해서다. 살아있는 조직, 늘 활기찬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그처럼 모든 인력이 무조건 바삐 일하기 보다 필요한 때를 대비해서 쉬며 공부하는 인력도 적정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인력이 늘 바쁘다면 그 조직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작 대응하기 힘든 위기가 닥쳤을 때는 인력부족, 준비부족으로 우왕좌왕하다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끔찍한 일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상 위기 대응을 위한 인력이 한가할수록 조직은 그 사실에 감사할 일이지 그 인력을 잉여로 몰아 정리하는 것을 구조조정이라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들고 뛰어다니며 돈을 직접 벌어다 주지는 못해도 결코 한가하지도 않았던 전산조직을 구조조정 당시 대거 정리했던 금융기관들이 보안에 잇달아 구멍이 뚫리며 신용에 흠집을 냈었다. 그런 일이 어디 금융기관뿐일까. 정부의 발상이 고스란히 공기업과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에서 실현된 것일 뿐인데.

그러니 정부 기관들이 어디 다를래야 다를 수 있겠는가. 이번에 정부가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나선 해경은 정치적 타격 때문에라도 서둘러 그런 대책이랍시고 내놨겠지만 소방방재청은 왜 느닷없이 벼락을 맞았을까. 예산부족으로 제때 필요한 개인 보호 장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부족하기 짝이 없는 소방관 급여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데 그런 소방관들 기를 꺾어놓고 사회 안전을 논한다는 게 과연 타당한 발상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각종 재난재해에 전국적인 조직 동원을 하고 체계적인 지휘를 하기 위한 일원화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의 잇단 참사가 조직구조가 부적절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보는 것은 참 답답한 발상이다. 결국 일 하는 사람들의 긍지가 부족하고 훈련이 부족하고 의욕이 부족하고 적절한 지원이 뒤따르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었을 가능성부터 먼저 따져보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사고 한번 나면 수학여행 금지부터 시키는 교육부처럼 정부 정책이 그렇게 대증적 처방에만 급급해서 과연 탄탄한 대책을 기대할 수 있을지 막막해 보인다. 국민감정에 맞대응하듯 정치성 대책만 쏟아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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