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가 동네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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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당국에 내는 회비가 아깝습니다. 갑(甲)질만 할 뿐 보험업계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은 가뭄에 콩나듯 합니다."

보험업 종사자들을 만나면 당국을 향한 이같은 불만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보험상품의 특성상 소비자들과의 분쟁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를 동네북인냥 대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보험료 인상 억제다. 금감원은 생존이 어려운 온라인 전업사를 제외하고 일반 종합 손보사들은 개인용 자보료를 올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에 더케이손보만이 개인용 자보료를 올렸으며, 보험개발원에 인상된 요율을 이미 받은 중소형사들은 당국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보험민원 감축방안도 마찬가지. 지난해 금감원은 보험민원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감축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업계는 보험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지만, 결국 당국의 엄포에 백기를 들고 민원 줄이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국의 대한 불만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 때에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유출사고가 터지자 금융당국은 카드업계 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에도 TM채널 영업정지를 내렸다. 이에 보험사들은 "사고는 카드업계에서 터졌는데, 애꿎은 보험업계가 철퇴를 맞아야 하냐"고 하소연했었다.
 
당국을 향한 불만은 비단 규제와 제재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은 보험산업 성장을 위해 금융당국이 약속한 것은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년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왔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진출의 벽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최근 금감원 임직원이 뇌물수수 사건 등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 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 '누가 누구를 감독하느냐'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지시를 따르는 가장 큰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라고 답한다. 괘씸죄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채찍'만으로 금융사들을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당국은 '갑'의 자세를 버리고 업계와 소통해 신뢰를 쌓아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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