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금정협 회의에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되자 증권-투신업계는 ‘카드채 해법의 최대 희생자’가 됐다며 침울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브리지론’ 조성을 위해 증권사별로 부담해야 할 ‘눈먼 돈’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기연장에 따른 투자자 동요, 환매재연, 유동성 문제 등 내외부적인 압박들이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투신사 사장단 회의에서는 어쩔 수없이 감내해야 한다며 브리지론의 카드채 매입 방법 및 금리 조정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채권담당, 재무담당 등 실무 부서에서는 정부와 카드사들에 대한 원성이 계속됐다.

한 투신사 고위관계자는 “만기연장시 기간과 금리, 대상채권에 대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기 전까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펀드 약관위배 등으로 고객들의 소송도 잇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증권사 한 기획담당자는 “증시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증권사 나름대로 인원감축 지점폐쇄 등의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하는 상태”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카드사 부실을 책임지기 위해 돈을 갹출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난 환매사태로 3조원에 달하는 미매각수익증권을 떠안은 증권업계로서는 카드채를 만기연장할 경우 이에 따른 대규모 평가손을 반영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처지이다.

특히 LG 삼성 대우 현대증권 등은 지난 환매사태에서 대규모 미매각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만기연장에 따른 재무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