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벗어나 생각하자
한반도를 벗어나 생각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 FTA협상을 앞두고 농민단체와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이 다시 시작됐다. 농업의 취약한 경쟁력, 할리우드 영화의 공포스러운 세계 점령 등은 분명 두려움을 준다. 그렇다 해도 그런 불만과 불안들이 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데 따른 매우 보수적 성향에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소위 우리 사회 진보 진영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이 강대국 주도로 그들 이익에 부합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상 양자간 합의에 기초하는 FTA는 다자간 무역의 룰을 내세우는 WTO체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계화를 주도하고 그 과실을 크게 얻을 대상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는 것이 국내 진보진영의 대체적 관점인 듯하다.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생각의 틀에 갇히는 것이 바람직할까도 의문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으려는 정부와 가진 부동산으로 어떻게든 수익을 올리기 원하는 중산층 사이의 두뇌싸움이 치열하다. 다 낡은 아파트 재건축을 개발이익환수제를 통해 정부가 가로막고 나서는 바람에 낡은 수도관에서 나오는 녹슨 물을 먹고 살게 됐다, 사유재산을 이렇게 간섭하는 빨갱이 정권이 어디 또 있냐고 입에 게거품 무는 강남 주민들을 보는 것도 드물지 않다.

그런 와중에 이미 국내 부동산 시장은 한 물 갔다고 보는지 해외로 재빨리 눈돌리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몇해전부터 중국 해남도 등지에 아파트 구입 붐을 일으키던 소위 ‘강남 아줌마들’에 관한 소문들이 폭넓게 퍼졌다. 강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투기꾼 취급받는 다수의 강남 주민들로선 불쾌한 일이겠으나 소문은 그런 식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도매금으로 넘겨버리는 경향이 있으니 딱한 일이다.

이처럼 해외 부동산에 눈돌리는 이들은 대체로 한국 사회에서 보수진영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표면으로만 보자면 보수는 세계를 무대로 그들의 부를 키우려 하고, 진보는 안방 고수에 골몰하는 양상이니 과연 무엇이 진보이고 보수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런 혼돈 속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는 신진보가 등장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동안 신보수의 등장이 화제가 되더니 이제는 신진보란다. 그들에 관한 소개글들만 봐서는 결코 서로 대척점에 설 것으로는 안보인다. 오히려 같은 골에 몰려 영역다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싶을만큼 서로의 표현들이 문외한의 귀에는 어슷비슷하게 들린다.

다만 이 시점에서 아직도 우리는 그 이념의 뚜껑을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우리의 사고를 한반도, 그나마 분단으로 반쪽만 남은 이 대한민국 통치권이 미치는 작은 땅에 묶어둬야 하는 것인지도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강단사학이 부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가 초원의 기마민족적 전통을 유지하던 민족사 초기에는 주변국들과의 관계가 상당히 당당했다.
 
그러나 몇차례의 싸움에 밀리고 밀려 한반도 안으로 갇히면서 긍지를 잃은 소극적 저자세 사대 외교로 치달아 갔다. 그러면서 점점 허약한 민족이 돼갔다. 지식인 집단의 패배주의도 극성을 부렸다.

지금 우리 내부에 이는 여러 두려움 역시 그런 소극적 세계관이 원인은 아닐까. 농토가 적으니 생산단가가 높아 농업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기술에 자신있다면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저개발국 농토들에 우리 자본과 기술을 접목시켜 얼마든지 경쟁력있는 농업을 할 수 있다. 자본? 농민들 공동출자도 가능하다. 문제는 자신감이다. 발상의 전환만 된다면 가능하다.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할리우드 영화가 우리 영화시장을 다 죽일 것이라고?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와 경쟁하기에는 자본력이 못미친다고? 수익성이 있으면 자본은 따라오게 돼있다. 이미 산업화의 길로 들어선 우리 영화가 새삼 반자본 논리를 편다면 그것도 속뵈는 일이다.

역사적 경험을 배우고 거기서 상상력의 원천을 발견할 수 없는 민족이 척박한 환경에서 견디고 생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스스로 역사를 지우고 부정하는 법만 배웠지 부침과 변전의 역사를 온전히 배우지 못했기에 자신있게 세계를 향해 발 내딛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