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김정태 국민은행장 '눈 앞이 노랗다'
(취재현장)김정태 국민은행장 '눈 앞이 노랗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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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8천억 할당 봉투받고...익스포저 및 자산규모가 기준
3일 오전 정부가 카드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전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5조 6천억원 규모의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한 데 이어 개별 은행에게 얼마만큼의 부담을 지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은행장 간담회가 4시 전후에 끝났다.

하지만 뒤끝이 개운치 않다. 각각 얼마씩 어떤 기준으로 부담했는지가 미궁이기 때문. 은행, 보험, 투신사 등 전 금융권의 부담금도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5조원보다 늘어난 5조6천억원으로 다소 유동적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은행장들은 금감원이 알아서 할당한 금액이 든 노란 봉투만 들고 황급히 빠져나갔다.

이로써 애써 관치(官治)의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채권안정기금 혹은 펀드 조성이란 수단 대신 브리지론이란 애매모호한 해결책을 찾았던 정부가 은행들에게 무조건 할당을 했다는 인상만 준 셈이 됐다.

은행별 배분 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밝히지 않는 것은 더욱 문제다. 은행을 포함해 전 금융기관이 카드발 금융위기를 막는다는 전제 하에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고 공식적으로 은행장들까지 부른 마당에 그 과정이나 결과는 불투명한 것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유계정에서 보유중인 카드채 비율(익스포저)과 자산규모 따라 할당받은 것으로 전해졌고 하나은행은 2천200억원, 국민은행 8천억원, 부산은행은 500억원대, 부산은행을 제외한 몇몇 지방은행들도 이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몇몇 은행장은 노란 봉투를 꺼내보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증자 등 자구책을 통해서도 하반기에 카드사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스란히 부실로 떠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SKG 분식회계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부터 카드사 증자까지 은행들은 돈 들어 갈 데는 한 두 곳이 아니다.

여기에 카드사들에 대한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 증대까지 포함하면 은행장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회의가 끝난 후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눈 앞이 노랗다며 혹시 콤마가 잘 못 찍힌거 아니냐는 말을 남겼다. 국민은행이 부담해야 될 액수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3일 오전 카드사 추가 지원 대책을 브리핑한 금감위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기자의 카드채 문제를 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것은 관치 아니냐는 질문에 이럴 때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언제 나서겠냐고 답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한꺼번에 자금을 빼면 견딜 회사는 거의 없다며 시장경제에 맡겨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카드사 지원 대책은 과거와 다르다며 정부가 밀실에서 정책을 만들고 금융권이 이를 일방적으로 따라오는 식의 과거의 형태였다면 지금은 은행, 투신사 등 금융기관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카드사 유동성 문제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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