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채무자만 보호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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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조실부모한 25세인 이OO입니다. 가난해서 못 배우고 가술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업 사무실에 취직해서 일수를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무실에서 한달에 기본적으로 2,000만원 정도 손해보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옛날처럼 대부업이 무섭지도 않고 법적으로 대부업 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거래처 사람들은 이쪽저쪽 사무실에 돈 빌리고 도망가면 우리들은 돈을 포기해야 합니다. 또 가짜 가게 계약서(전전세) 갖고 이쪽저쪽 일수 전화해서 대출받고 도망가면 우리는 답이 없습니다. 돈을 받을 수 있는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략)…. 사실 대부업자보다 대부업 거래처 사람들이 더 무섭지요. 솔직히 법 좀 만들어 주세요. 아니면 조치할만한 대책 부탁해요.”
 
이 글은 한 대부업 종사자가 재정경제부 홈페이지를 통해 제기한 민원의 내용이다. 이씨가 제기한 민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부업자가 피해를 보는 것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업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은행,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제도권에서 여신영업을 취급하는 모든 금융기관이 ‘악의적 채무자’로부터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직 채무자에 대한 보호 체계만 있을 뿐이다.
 
단순히 각 금융기관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이러한 악의적 채무자를 걸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부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금융관련 법규에는 악의적 채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고, 단순히 게별 금융기관이 심사능력에 의해서 이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채무자 보호는 앞서가지만 채권자 보호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채권자 입장에서 처음부터 변제의도가 없이 대출을 받는 ‘악의적 채무자’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의 민법에 있는 ‘사기죄’를 적용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카드사 등에서 종종 채무변제를 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기죄’로 고소를 한 경우가 있다.
 
일부 카드사가 이러한 소송에서 승소를 한 경우도 있지만, 희귀한 일이다. 절차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변제능력 없이 대출을 받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다발적으로 대출을 받고, 첫 이자 납부 없이 종적을 감췄다면 악의적인 사기를 확실히 인지할 수 있지만, 채무자가 한번이라도 이자를 내고 “생활의 궁핍해져 변제능력이 없어진 것”이고 항변하면 이를 사기죄로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금융기관들도 악의적 채무자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승소를 한다 하더라도 채무액을 받아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들어가면 보통 2~3년이 걸리게 된다”며 “분명한 사기인 것을 알면서도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권자(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즉 악의적 채무자 등에 대한 규정 및 처벌 조항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 및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악의적 대출 고객에 대한 판단근거, 또한 이에 대한 처벌 조항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진정한 신용사회로 가려면 신용을 강화하는 만큼 반대급부로 악덕 채무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부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채무자의 권익만 보호하지 말고, 채권자의 권익도 최소한 보호할 수 있는 형법상의 조치가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활의 궁핍 등으로 채무변제 능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회생제도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일명 ‘배째라식’ 채무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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