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민생의 괴리
정책과 민생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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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면 뭔가 신나는 일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올해 2014년은 초반부터 우울하다. 정치권에서야 보궐선거가 큰 이슈가 되고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관심사가 되겠지만 일개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별 신명날 소재도 아니다.

올해는 경제도 나라 안팎으로 밝지 않은 전망들이 늘어서 있다. 정부는 4% 경제성장을 다짐하고 있지만 국제경제 상황이 그런 의욕을 뒷받침해 줄지도 미지수다.

세계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적잖은 신흥국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흥국 돈줄의 80%가 줄고 최소한 8개국 정도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게다가 근래 들어 해외 직접투자 비중이 높아진 한국기업들에게 닥친 위기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낮은 취업률과 막대한 가계부채가 어두운 그림자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정부의 야심찬 계획대로라면 취업률은 임기 중 70%까지 올리고 국민 1인당 GDP도 4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데 과연 올해부터 그런 기미들이 포착될 수 있을까. 수출의존 경제 체질을 개선해가며 내수 진작을 도모하겠다지만 여전히 낮은 취업률과 여전히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가계부채, 살고 있는 집 한 채 무게에 짓눌려 벗어나지 못한 채 허덕이는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이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가계부채는 줄어든다 하고 부동산은 정부 기대대로 조금씩 살아나는 듯 포장돼 발표되고 있지만 삶의 현장에서 발견되는 변화는 별로 없다. 애당초 서민들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온 정책들이 드문 까닭이다.

현 정부 들어 1년도 안된 기간 동안 네 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최근에야 몇 몇 곳 지역에 따라 미지근한 기운이 돌 듯 말 듯 할 정도로 시큰둥하다.

필자가 사는 동네도 아파트 값이 다소 오른 지역으로 미디어에 오르내린다. 뉴스에서는 3억 원 대 아파트 가격이 1천만 원 정도 올랐다고 소개하고 있고 그 덕분에 집을 팔려고 내놓은 이들은 덩달아 매도가격을 올리지만 실제 매매가 이루어지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세가격이 집값의 60%를 넘지만 여전히 전세수요는 넘치고 매수 기운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이란 것이 늘 그렇듯 빚 쉽게 얻도록 할 테니 집 사라는 주문에 그친다. 그런데 직장인이든 영세 자영업자든 일자리도, 수입도 불안할 뿐이다. 게다가 연초부터 줄지은 공공요금 인상은 올 한해 높은 물가상승률을 예감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다. 집 한 칸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주거 이전의 자유’마저 박탈당하는 현실이다. 일자리는 언제 어디로 바뀔지도 모르고 또 어떤 사정이 있어서 이사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겨도 제대로 옮기기도 어려운 내 집 하나는 그대로 짐 덩어리가 되고 만다.

물론 정부가 미친 듯이 집값 상승을 유도하겠다고 나선다면 시장도 덩달아 흥분하겠지만 그랬다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결딴내는 일이다. 정부가 그리 하지도 않겠지만 결단코 그리 해서도 안 된다.

그러니 이제 정부의 주택정책은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집이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 아닌 한 집을 사기 위해 애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 집값이 다소 움직일 기미라도 보인다면 그건 나이 든 은퇴세대들의 안정된 주거 욕구 때문일 텐데 그들 대부분이 가난하다. 그러니 정부 정책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혹은 부동산 임대소득을 겨냥한 구매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가는 경기 전반이 침체돼 있어 골머리를 앓게 하고 아파트는 월세 대신 전세를 찾는 젊은 가구들이 태반이라 좋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었다. 개인에게 의존하지 말고 이런 변화에 대응할 방법을 정부 차원에서 찾아봐야 한다.

또한 부동산시장에 의존해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려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 미국이 성공했으니 우리도 될 거라는 환상도 버리길 기대한다. 우리는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다. 사적 부조는 더 이상 복지가 아니라 거래가 되고 있고 공적 부조의 확대는 여전히 선거가 끝나면 잊혀지는 ‘空約’에 머물고 있다. 정녕 신나게 살 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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