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ING생명, 거꾸로 가는 상품 전략…까닭은?
[프리즘] ING생명, 거꾸로 가는 상품 전략…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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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우려 속 '확정금리형 일시납' 출시…"매각 위한 덩치키우기" 관측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ING생명이 올해 들어 출시한 신상품 하나를 놓고 생보업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ING생명은 지난 6일 일시납 연금보험 'ING오렌지 월드연금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초 10년 동안 확정금리(1월 1일 기준 3.62%)로 운영되는 복리상품이다. 10년간 계약유지시 보험계약일부터 1년간 연 1.5%의 보너스 금리까지 추가 적용해 이달 가입시 첫 1년간은 5.12%의 금리가 적용된다.

ING생명이 이처럼 파격적인 확정금리형 일시납 연금상품을 들고 나오자 생보업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최근 보험상품 개발 흐름이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그리고 확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형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상품이다'는 말이 있다. 보험업에서 '상품'이 그만큼 중요하는 뜻이다. 흔히 보험상품은 그 주기가 길어서 보험업을 땅짚고 헤엄치지기식 장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보험상품은 마치 확률로 만들어진 퍼즐게임과도 같아서 잘못 만든 상품하나때문에 회사의 기둥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그같은 사례는 숱하게 많다. 때문에, 보험사에는 주로 수학과 전공자 출신으로 구성된 계리팀이라는 독특한 조직이 있고, 이들 계리인들의 철저한 계산에 의해 상품이 만들어 진다.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투자유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교하게 계산된 상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역사 깊은 ING생명도 이같은 보험업의 특성을 모릴리 없건만 새해벽두부터 왜 말썽거리 상품을 들고 나왔을까?  여타보험사들이 이유없이 의구심을 표시하는 것은, 상품이 너무 잘 만들어진데 대한 시기심일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이 상품에 대한 업계의 곱지 않은 시각의 타당성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먼저, 최근의 보험상품 개발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생보사의 상품전략은 외형보다는 내실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가장 보험다운 상품, 즉 보장성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금리 리스크에 취약한 저축성 상품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단순 저축성상품도 아닌 일시납에 확정금리형 상품은 이같은 트렌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즉,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산운용수익률이 4%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확정금리 일시납 상품 판매를 늘릴 경우 감당하기 힘든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말 ING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4.8%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5.12%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혹자는 0.3%p를 ING생명이 손해 보면서 판매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혹평한다. 이는 향후 책임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이차역마진 발생으로 건전성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생보업계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의 하락폭이 전년동기대비 0.2%p인 반면, 자산운용수익률 하락폭은 0.3%p로 더 크다는 것은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현재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으로 미루어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갑자기 고금리기조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반대로,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일시납 상품의 해약이 늘어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대부분 보험사들이 외형보다는 내실위주로 상품전략을 선화하고 있는 이때에 왜 ING생명만 유독 그 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생보업계 관계자는 "대개의 생보사들은 5년 이후 2.5%대, 10~15년에는 2%대를 최저보증이율로 보장해주는데, ING생명은 이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보증해주는 만큼 향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운용 리스크를 대비하는 것보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 고금리 상품을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현 상황에서 ING생명이 이처럼 과감한 상품전략을 들고 나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마디로 '리스크'보다 '외형'을 중시한 전략이라는 것인데, 연금보험은 최근 세제개편 등으로 매력이 떨어져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지만, 높은 확정금리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매각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덩치키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은행의 외형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흔히 예적금의 많고 적음이 활용되듯이 보험사의 경우 예적금에 준하는 것이 수입보험료(수보)다. 그런데 수입보험료를 늘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저축성 상품, 특히 일시납 상품 판매다. ING생명이 확정금리형 일시납 연금상품을 들고 나온 이유를 '외형확대'와 '매각작업'과 연계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엉뚱한' 생각으로 비쳐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5년 내에 ING생명을 판각하는 것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확정금리형 일시납 연금보험 출시가 매각 작업의 신호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또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다면 확정금리형 상품의 후폭풍은 10년 뒤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그때 MBK에게서 ING생명을 매입한 새주인은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5년 설립된 국내 최대 사모펀드로, 지난해 8월 총 1조8000억원의 인수자금으로 ING생명을 인수했다. 당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해외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격성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2년간 매각 금지와 고배당 금지를 조건으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고 ING생명의 새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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