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2014년 글로벌 통화정책과 채권시장
[전문가기고] 2014년 글로벌 통화정책과 채권시장
  • 전소영 한양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syjeon@hygood.co.kr
  • 승인 2014.01.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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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소영 한양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격랑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가 떴다. 그러나 시간의 연속성은 얄궂게도 우리를 묵은 이슈의 연속으로 옭아매고 있다. 작년 시장을 좌우한 이슈는 단연 미국의 통화정책이었다. 매월 8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내용인 ‘테이퍼링(Tapering)’ 의 실시 가능성을 필두로 자산시장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은 테이퍼링의 실시를 곧 미국의 경기가 회복 사이클에 안착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반면 그 동안 양적완화 등 유동성의 혜택을 입은 신흥국의 자산시장은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우려하며 심리가 취약해졌다. 한국 채권시장의 외국인 잔고는 103조원 수준에서 95조원 규모까지 하락하기도 하는 등 우려를 낳았으며 펀더멘털 보다는 외국인의 흐름에 일희일비하는 장세로 변질되었다.

2014년에는 나라별로 상이한 흐름을 보일 통화정책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1월부터 테이퍼링이 실시되며, 연중 8번의 FOMC를 거치면서 현재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이 서서히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채권을 매입하던 연방준비은행(Fed)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미국의 금리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자산매입을 축소한다고 하더라도 연방준비은행(Fed)이 채권시장에 언제든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행(BOJ)은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엔저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6월 소비세 인상 이후 경기 둔화 조짐이 보일 경우 추가로 유동성을 공급할 예정이다. 일본의 유동성은 빠른 속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일본의 증시 등 자산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일본의 소비 특성상 유동성이 자산시장에서 실물경기로 이전되는지 여부가 아베노믹스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재정건전성에서 성장으로 기조가 선회된 만큼 추가 완화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유로존 내 독일과 비 독일국가간 입장 차이를 얼마나 극복하느냐 여부가 통화정책의 적시성과 강도, 그리고 경기 회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한국은행(BOK)은 대내외 환경이 경기 회복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축소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겠지만 이웃국가 일본과 수출 품목 중 상당 부분이 겹치는 상황에서, 최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화 약세에 따라 세 자릿수로 떨어진 엔/원 재정환율은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경기 회복의 뚜렷한 징후가 없다는 점도 수출국가인 한국에는 우려 요인이다. 내수시장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성향은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7만호 가량의 분양물량 증가, 세제혜택 지속 등의 요소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회복 기조가 소비를 진작시키는 교두보가 될 지는 미지수다.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통화 완화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테이퍼링’이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지만 채권시장은 기본적으로 각 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의 흐름이 달라진다.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이탈되는 ‘위기의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다면 펀더멘털 상으로 한국의 금리는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경제지표가 둔화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이러한 기대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채권 금리의 하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를 기점으로 예측 가능한 변수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시장은 예측하지 못한 변수에 오히려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측 가능한 변수로부터 파생되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통제 가능하도록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는 것이 금융시장 관계자의 역할일 것이다. 2014년은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줄까? 변동성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청마(靑馬)가 올해 금융시장에 힘차고 긍정적인 역동성을 불어 넣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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