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르노삼성, 철수설+구조조정 우려 '몸살'
한국지엠·르노삼성, 철수설+구조조정 우려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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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업 정책따라 생산량 '휘청'…위기론 잇따라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외국계 완성차 업체인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연이은 철수설과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두 업체 모두 모기업의 정책으로 수출량이 줄어들 상황에 처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르노와 중국 둥펑자동차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합작공장을 짓는다. 오는 2016년부터 이 공장에서 연간 15만대의 차량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문제는 해당 공장이 친환경차와 SUV 모델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중국에 SUV QM5를 수출하고 있는데, 중국공장이 세워지면 이 물량을 현지에서 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방한한 제임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이 "부산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해외공장에 물량을 뺏길 수 있다"는 취지로 국내 생산성 문제를 언급한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스톨 부회장의 발언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이 제자리걸음 수준을 유지한다면, 해외 공장에 물량을 나눠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논란을 낳았다.

당시 스톨 부회장은 "부산공장의 효율성과 품질, 노동자 비용을 평가한 결과 다른 공장보다 경쟁력이 낮았다"며 "(그룹 입장에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공장에 생산물량을 나눠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노동자 임금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모기업 고위 관계자가 국내 노동임금을 비롯한 생산성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회의감을 드러낸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와 미쓰비시 신형세단을 위탁 생산하면서 수년 내에 최대 생산 케파(연간 30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국 수출량을 빼앗기면 이 계획에서 한걸음 멀어지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대안 없이 중국 수출 물량만 줄어들면 부산공장으로서는 타격이 크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당장 2016년부터 수출 물량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것은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 수출분을 90% 이상 소화하던 국내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위기감은 남다르다. 군산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35~40%가 유럽에 수출되는 쉐보레 크루즈와 말리부 물량이었다. 지난해 GM 본사가 한국지엠에 크루즈 후속 준중형차 생산을 맡기지 않기로 결정한 데 이어, 유럽 수출분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유럽 쉐보레 철수 결정이 생산물량 축소로 이어져 심각한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 등 고용불안 요인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우겠다"며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시행 의도가 포착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의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국내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적어도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한국지엠의 경우 국내공장의 철수를 확언할 수는 없지만, 모기업이 장기적인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보인다"며 "직원 1인당 생산 시간을 줄이는 등 인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것은 단물만 취하고 버리겠다는 태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결국 한국지엠은 물론이고 르노삼성, 쌍용차도 해외 모기업의 이익에 의해 미래가 결정되는 '생산기지'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도 해외 공장을 늘리는 추세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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