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기만 한 우주강국의 꿈
멀기만 한 우주강국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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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도중에 한국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10분,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과학기술위성 3호가 발사돼 발사체인 드네프르 로켓에서의 분리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내 최초로 근적외선 카메라를 탑재해 우리 은하와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170kg짜리 소형 위성 과학기술위성 3호의 발사는 더디지만 한걸음씩 나아가는 한국의 과학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한동안 ‘우주강국’의 꿈을 꾸게 만들었던 나로호 발사대는 과학기술위성 1, 2호를 잡아먹고 간신히 실험위성을 얹어 발사 성공했다는 호들갑을 낳은 채 버려지고 또다시 외국의 발사대를 빌려야만 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아직도 세계의 선진 우주기술을 따라가려면 갈 길이 먼 한국의 위성발사기술에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함이 가슴을 조여 온다.

우리보다 경제상황을 비롯해 모든 조건이 열악하기만 한 북한이 이미 1년여 전에 자체 개발기술로 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올린 상태임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꿈이 너무 현실에만 머물다보니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에 너무 등한했던 결과가 아닌가 싶어서다.

한때는 발사대를 국내에 설치하는 것이 입지적으로 적합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폐쇄된 사회인 북한이 한반도 내에서 발사에 성공했으니 이제 더 이상 그런 터무니없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은 이런 저런 핑계거리를 갖다 붙이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현 박근혜 정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우주기술 개발의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과학기술위성 계획은 지난 2006년 2월부터 시작된 일련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미 준비된 위성체를 발사한 것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과학기술위성 3호가 발사된 날 하루 전에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고등학생들이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비록 지구 상공 500km 위로 쏘아 올려진 무게 0.89kg짜리에 불과하지만 고등학생들마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항공우주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과학기술위성 프로젝트보다 10개월 뒤에 시작됐다.

위성의 형태는 항공우주공학 전공 학생들의 실험적 인공위성으로 널리 알려진 큐브형이라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 프로젝트는 우리의 학생들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다만 입시 중압감에 짓눌린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이런 연구에 투자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을 뿐.

어린이에서부터 청년기까지 한국인에게는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은 고사하고 함양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혀있다. 고등학교까지는 입시준비에 내몰리느라 시간이 없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준비로 시간을 다 허비한다. 그 와중에 대다수의 남학생들은 군 입대까지 거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최대 실적은 대부분 20대에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국사회가 어떻게 과학적 창의력을 가로막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미국의 우주시대를 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베르너 폰 브라운은 어린 시절 귀족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넓은 저택 마당에서 로켓 발사 실험을 하며 놀았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이런 넓은 마당이 있는 개인 저택을 찾기야 어렵겠지만 국가가 됐든, 지역사회가 됐든 그만한 땅을 제공해줄 방법이야 찾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북돋워줄 사회적, 교육적 배려만 있다면.

특히 어린이가 귀한 농어촌 지역에서 미래의 인재양성을 위한 로켓발사시험장을 마련해준다면 도시와는 차별화된 교육이 가능해질 텐데 요즘은 농촌학교들마저 조기영어교육 같은 서울 따라 하기 식의 교육열풍만 거세다고 하니 안타깝다.

정부가, 그리고 교육당국이, 교육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억지로 잡다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방침만 바꾼다면 우리에게도 미래의 인재를 키울 여지는 많다. 하긴 이렇게 인재를 키워봐야 이들을 채용해줄 일자리가 기업 쪽에서 나올 토대가 아직 없어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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