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불복(福不福) 부동산정책
정부의 복불복(福不福)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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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복불복 게임이라는 것이 자주 보인다. 선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복불복 게임이 웃고 즐기기에는 적합할지 몰라도 일상의 삶에 복불복 게임 같은 현상이 많으면 계획적인 삶이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국가 정책이 그와 같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동안의 정부 정책들이 좌고우면하여 미칠 영향들을 두루 예측하고 대비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지고 시행되다보니 정책에 뒤통수 맞는 이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정책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그야말로 복불복 게임이 정부 주도로 벌어지곤 한 것.
 
최근에만 해도 8.28 부동산대책이 발표되면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2013년 6월말까지 취득세 인하를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그게 마지막이라고 확언했던 정부가 8월 말이 다 돼서 취득세 영구 감면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 바람에 7, 8월 중 집을 산 사람들만 틈새에 끼어 높은 취득세를 내야 한다.
 
취득세를 징수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정부의 약속을 믿은 국민들이 정책의 틈새에 빠져 손해를 보는 일이 나타났으니 당사자들로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그러니 취득세 영구 감면의 소급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들로서 당연하다. 그 정도면 약과다. 심하면 해당 관청에 전화해서 화내고 욕을 하기도 한다는 데 왜 아니 그러하랴 싶은 공감이 절로 인다.
 
정책의 틈에 빠져 상대적 박탈감과 억울함을 안는 일이 어디 이번 정책에서만 나왔겠는가.
전문가들 말로는 법리적으로 소급적용이 불가능하며 정부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는 항상 배제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준에 예외를 두면 계속 그런 예외들이 줄지어 나와서 예외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상태에 이르고 결국 정책의 무기력 현상이 나타날 테니 그런 법리적 설명은 충분히 납득된다.
 
그렇기에 정책 하나를 내놓을 때마다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을 것이다. 문제는 엄청나게 많은 변수, 영향 범위 등을 다 검토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테지만 최소한 그 일로 인해 억울한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은 끝없이 계속돼야 할 일이다.
8월 말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면서 어쩌자고 6월까지 시한연장 후 더 이상 연장은 없다고 말해 국민들을 속였느냐는 것이다. 고의적으로 속인 것이 아니라 해도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하는 일이었음은 분명하다.
 
이처럼 졸속 정책들로 인한 혼란이 요즘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벌어지는 모양이다. 앞서 내려간 공무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기반시설도 제대로 안 갖춰진 신설도시로 내려가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2단계 이전 부처 공무원들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주거시설로 인해 1년 만에 전`월세 가격이 폭등한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물량 자체가 절대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어 요즘 걱정이 태산이라 한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분양가격을 넘어섰다는 세종시의 현상은 실상 정부 전체의 이전이 아닌 반쪽짜리 이전 계획이 설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남으니 정부부처가 아무리 내려가 봐도 세종시는 공무원들에게 생활근거지로 정착할 곳이 못된다. 그러니 가족들은 서울에 남고 공무원 홀로 내려가는 비율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대규모 이동을 예상하고 마땅히 공공기관 중심으로 대규모 임대주택 건설에 박차를 가했어야 마땅하지만 그런 일까지 신경 쓰지는 않은 정부다. 같은 공무원들끼리 ‘너무 생각이 없다’고 비난한다지만 그 역시도 자기 부처 정책을 만들 때 과연 그와 다를지 궁금하다.
 
이런 정책 복불복이 개개인만의 문제도 아닌 모양이다. 세종시를 반쪽으로 만들며 각 지역에 선심 쓰듯 약속한 혁신도시들도 약속된 공공기관 이전 속도에 따라 아파트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지어놓은 아파트가 놀고 있는 곳들도 있다는 소식이다. 이전계획이 구체화됐으면 그에 따라 먼저 타임스케줄이 나오고 지역 개발이 그에 맞춰 진행됐어야 이런 혼선을 다소라도 줄였을 것이다.
 
‘전세물량을 매수물량으로 전환하라’는 대통령 한마디에 앞뒤 잴 것도 없이 허겁지겁 내놓은 부동산대책으로 현재의 전세난은 가라앉고 매매시장은 활기를 찾으리라 믿는 이들이 너무 적어 보인다. 말썽을 일으켰으면 총체적 결과라도 좋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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