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기아차의 '독립 선언' 기대한다
[전문가 기고] 기아차의 '독립 선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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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기아차의 판매추이가 심상찮다. 현대차에 비해 점차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영업이익률 차이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차량의 경우가 더욱 심하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뉴 K7이나 K9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신차 출시는 메이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고, 수익 극대화의 근본이다. 따라서 신차 효과가 반감된다면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된다. 바로 기아차는 이 부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약 7년 전 피터슈라이어에 의한 직선의 미학을 강조하면서 기아차는 현대차와는 차원이 다른 색깔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아차가 현 시점에서 주춤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강조하던 기아차 고유의 색깔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신차를 보면 앞을 내다보던 특화된 모습이 아닌 안주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아차만의 색깔을 요구하던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했다. 물론 상대적으로 수입차가 치고 올라오는 데다, 타 메이커와의 경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기아차만의 유전자가 섞이면서 모호해졌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한 두 중대형 차종의 실패는 가장 큰 대답이 될 수 있다. 신차에는 차량에 맞는 가치를 부여해야 하고, 확실한 컨셉이 있어야 함에도 두리뭉실한 느낌을 줬다. 즉 진취적인 기아차를 희석시켰으며, 마케팅 전략도 부재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아차만의 독립 공간이 필요하다. 아직 현대차 그늘에서 독립된 공간에서 독립된 권한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경영진이 기아차의 완전한 독립권을 인정해야 한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현대차 중심으로 우선 사용한 뒤, 기아차는 후발 주자가 되는 형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구조로는 기아차는 종속 브랜드에 그치게 된다. 철저하게 기아차만의 독립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피터 슈라이어가 현대·기아차 총괄 디자인 담당을 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아차를 완전한 독립 개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현대차의 아류작이 될 수밖에 없고 영원한 동생으로 남아야 한다.

해외 공장의 경우도 현대차는 이미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지역에 해외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현지에서 치유할 수 있다. 반면 기아차는 해외 공장이 겨우 3개다. 대부분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타이밍도 늦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도 어려우며, 국제 규제에도 대처하기가 어렵다.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실시간 대처가 어렵다. 국내 시장은 고비용 구조, 저생산성, 잦은 노사분규 등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국내 시장에서 판매에 영향을 받으면 해외에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향후 동남아 등에 공장을 지울 경우 우선적으로 기아차가 진출하여 균형을 맞춰야 한다. 물론 이 경우도 현대차 그룹 경영진의 판단에 달려있다.

결국 기아차는 국내외에서 현대차와도 싸워야 한다. 왕관을 놓고 현대차와 형제간의 혈투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차종이 겹치는 것을 피하지 말고 서로 경쟁하면서 치열해져야만 해외 본 마당에서 살아날 수 있다. 철저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차와는 차원이 다른 차종이 나와야만 소비자가 인정한다. 물론 이는 그룹 경영진이 기아차를 독립시킬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점차 기아차가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환경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국내 시장은 약 150만대의 테스트배드인 만큼 신차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자리로 활용하고, 판매는 해외 시장에서 현지 공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향후 국내 공장은 고급 프리미엄 차종 중심으로, 해외 공장은 대중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강점을 찾아야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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