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안돼"…일부 보험사 퇴직연금사업 '포기'
"경쟁이 안돼"…일부 보험사 퇴직연금사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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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유율 50% 상회…"대출 무기로 싹쓸이"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퇴직연금시장이 70조원대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가운데 일부 보험사들은 오히려 사업철수를 검토하는 등 사업주체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특히 보험업계는 대출을 앞세운 국내은행들과 경쟁이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강도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70조4526억원으로 3월말(68조7349억원)대비 2.5% 증가했다. 업권별로 은행권이 36조2989억원, 생보업권 16조6175억원, 증권업권12조1821억원, 손보업권 5조1898억원, 근로복지공단 1643억원 등이다.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이 커졌지만 상당수 사업자들은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지난 7월 씨티은행, NH농협증권의 퇴직연금사업자 등록말소 신청이 완료됐으며, 8월 SC은행도 철수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퇴직연금의 신규 영업을 중단했고, MG손보도 현재 퇴직연금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신규계약을 더 이상 받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퇴직연금시장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직면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웬만한 기업들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이며, 이들이 사업자를 바꾸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 때문에 사업자들은 가입되지 않은 신생기업을 발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생보사의 퇴직연금 담당자는 "가입하지 않은 기업을 찾기도 힘든데 계약을 체결하려면 직원들의 서명을 받는 등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그 사이 기업이 다른 사업자에게 눈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퇴직연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6월말 기준 국내은행과 대형 생보사 등 상위 6개사의 시장점유율은 54.3%로 절반 이상이다. 삼성생명이 9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이 6조8000억원, 국민은행 6조6000억원, 우리은행 5조7000억원, 기업은행 4조8000억원, HMC증권 4조5000억원 등 순이었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규모 측면에서는 은행에, 수익률 측면에서는 증권업권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퇴직연금 대부분이 편중돼 있는 확정급여형(DB형) 원리금보장형의 9월말 수익률은 은행, 보험업권의 경우 1%도 안되며, DB형 비원리금보장상품은 3%대였다. 반면 증권업계는 5~6%개의 수익률을 보이는 회사들도 있었으며, 실적배당형(DC형) 비원리금보장상품은 4~9%대를 기록한 곳도 있었다.

또 은행의 경우 대출을 무기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어 경쟁 자체가 안된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기로 했는데도 대출을 미끼로 은행이 계약을 가로채는 경우도 많다"며 "이같은 불법적인 꺾기가 횡행하고 있어 은행이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은행권은 지난해 6월말 49.4%에서 12월말 49.8%, 올해 3월말 51.0%, 6월말 51.5%으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확대시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업권은 18.4%, 18.6%, 17.6%, 17.3%를 기록했고 보험업권은 32.1%, 31.6%, 31.2%, 31%로 감소추세를 기록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타 업권은 꺾기 등 불공정행위로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가운데, 아무런 무기가 없는 보험사들은 점유율이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퇴직연금시장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관리감독 및 제재강화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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