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투성이 민자 사업 유감
적자투성이 민자 사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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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얼굴은 역시 국정감사다. 요즘 국감 자료를 통해 우리사회의 각종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의 적자보전에 지난 12년간 3조3천억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기획재정부와 국회 입법조사처 제출 자료도 우리 사회의 큰 시름 하나를 들춰냈다. 가계부채 증가만 걱정거리가 아닌 것이다.

국가 재정부담을 덜면서 SOC를 확충하기 위해 도입된 민자 사업이 오히려 국가 재정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당장 국가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결과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을 다시 상기시킨다.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는 이런 사업방식이 결국 자본은 살찌우고 국가는 골병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민자 사업 적자 증가에서 더 큰 문제는 이런 적자폭이 앞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익보전기간이 최장 37년까지 긴 것들이 적잖아 누적액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인해 발생한 이런 눈덩이 적자행진은 국가적 재앙으로 커져가고 있지만 여느 정부 정책과 마찬가지로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한 주체는 있지만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니 중앙정부가 됐든 지자체가 됐든 후임자들로서는 그저 짐 덩어리 떠안는 일이고 결국 횡액을 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민자사업 적자의 대부분은 국토부 몫이지만 몇몇 지자체들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니 1차적인 책임은 국토부와 해당 지자체에 있겠지만 그런 엉터리 수요예측에 장기적인 재정부담에 대한 복합적 검토도 미흡한 사업에 대해 검증하고 컨트롤해야 할 정부의 종합적인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

지금 박근혜 정부나 심지어 박원순의 서울시마저 또 민자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106개 지방공약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민자 사업 활성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경우 자칫하면 수익보전부담금이 지방정부로 넘어갈 위험성도 엿보인다. 지금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할 각종 공약이행 비용을 지자체로 떠넘기고 있는 정부 행태로 볼 때 그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는 경전철이 민자사업 유혹에 끌려가는 미끼다. 이제까지 적자 안보는 경전철이 없다는 비판부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태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전철의 수익전망은 어둡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대의견들이 쏟아지는 이 사업을 ‘박원순 스타일이 아니라’는 지지자들의 비판까지 감수하며 진행시킬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전철 역세권에서 먼 지역들이 많고 그 많은 인구를 다 전철로 수용하면 현재 만성적자 상태인 서울지하철의 이용률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9호선 민자 역사 건에서 교훈을 얻은 서울시가 민자유치를 한다고 해서 과도한 수익보전을 약속하리라고 예단할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축 경전철 건설 확정’이라며 서로 공치사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프랑카드가 잇달아 붙어있는 필자 사는 동네 상황을 보면 내년 선거로 보나 멀리는 다음 대통령 선거로 보나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성 싶어 의구심을 거두기 힘들다.

그렇다고 SOC 확충을 전면적으로 멈출 수는 없다. 다만 민자 사업자들이 부풀려 내놓는 수요예측치보다 훨씬 복합적 고려가 담긴 정밀한 수요예측을 할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있거나 책임 연구를 할 국책 연구기관이라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말 많고 탈 많은 민자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방에 차를 갖고 여행해보면 시원하게 뚫린 길에 지나다니는 차 몇 대 없는 길들이 많다. 물론 지금은 주말이나 명절이면 주차장처럼 변하는 경부고속도로도 개통 초기에는 텅 비어 논란이 적잖았으니 지금 한적한 새 도로들도 1, 2년 후 상황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도로건설 능력은 경부고속도로를 닦던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되게 발전하지 않았는가. 필요가 눈앞에 보일 때 시작해도 능히 해낼 수 있을 만큼. 그러니 더 꼼꼼히 이모저모 따져가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계획하고 시행하는 구조부터 만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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