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
  • 홍승희
  • 승인 2005.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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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충돌뿐인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또 일전을 벌일 모양이다.

정부는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한 확대 재정을 추진하고 제1 야당인 한나라당은 세수부담을 내세우며 감세를 밀어붙일 기세다.

본시 야당의 집권 여당 견제는 균형적인 사회발전을 도모하자는 인간의 지혜가 만들어낸 소산이니 서로 다른 입장으로 맞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나라당에는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경쟁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분배 정책을 모조리 좌파=빨갱이라는 식의 매카시즘으로 몰아가지만 않는다면 그런 입장은 나름대로 존중돼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복지정책은 아직 본격 시행되기 전 시험운용 단계일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분배니 복지니 말하는 것이 마치 국체를 부정하기라도 하는 양 이데올로기 공세로 몰아붙인다면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극우파들로부터 종종 좌파로 지목받았던 국민의 정부조차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원해서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서든 신자유주의적 선택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IMF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던 당시 상황이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 정치인들 못지않게 경제학자들의 논쟁도 일도양단식의 편가르기 논리가 횡행하는가 싶어 한숨이 나온다.

시장과 정부는 완전히 적대적 관계인양 단정하고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 이르면 경제학은 더 이상 과학의 길을 포기하고 종교적 교조주의화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장이 활성화돼야 경기가 살아나고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은 옳다. 그동안의 관치가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았다는 지적도 상당한 정도까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들이 입에 게거품 물며 “시장은 언제나 옳다”고 목청 돋궈 주장하는 단계에 이르면 신의 무오류를 내세우며 특정 종교 경전의 일자일획도 따로 해석하려 들지말라는 광신도들을 보는 섬뜩함이 느껴진다.

인류가 시장을 먼저 만들었는지, 정치조직을 먼저 만들었는지를 따져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두가지는 모두 인류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정치조직은 시장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명을 일찍부터 지녔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적 질서란 결국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지켜내기 위해 국가가 있고 정부가 있다는 점은 오늘날까지 인류가 그 모두를 유산으로 이어오는 이유가 될 것이다.

공정성이 결여된 시장의 경쟁은 결국 광포한 힘이 지배하는 굳어진 조직으로 나아가 시장 자체의 활력을 죽이는 원인이 될 뿐이다. 그 활력을 유지시키기 위해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마련하고 그 규칙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기능이 정부에 주어져 있다.

이것을 간섭이라고 말하는 시장주의, 아니 시장절대론자들은 없을까.

지금 한국 사회의 시장은 소비여력이 소진된 다수 가계와 사회적 재화가 집중된 채 여력 소진된 소비자들을 상대로 내놓을 마땅한 상품을 찾지 못해 투자도 제대로 못하는 처지에 놓인 대기업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어정쩡하고 불안정한 자세로 서있는 중소기업들의 집합이다.

이쯤에서 소비여력을 높이지 않고 시장을 살릴 묘수가 있는가. 시장주의자들은 아직도 사회적 재화의 집중도를 높일 논리를 ‘신앙’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정치권 역시 그 논리의 연장선에 서서 삿대질로 지새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감세 주장은 얼핏 듣기에 달콤하다. 그러나 내용은 단지 사회적 재화의 집중도를 더 높여 사회적 역량을 모두 근무력증 상태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광신도의 찬송가일 뿐이다.

의도가 그렇기야 할까만은 자칫 감세의 단맛만을 강조하다 끝내 사회적 활력을 되찾을 길 없는 악마의 유혹을 대신하는 일이 되지는 않을지를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재정확대 역시 견제없이 계속된다면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 어느 것도 그래서 ‘신앙’할 대상은 아닌 것이다. 단지 매 상황마다 적절히 선택할 수 있는 도구일 뿐임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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