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감] '전세형 분양제' 불완전판매 피해 속출
[2013 국감] '전세형 분양제' 불완전판매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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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의원 "피해방지방안 마련해야"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1. 서울 당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 60명은 2011년 한 건설사가 2년 뒤에 아파트를 되팔아준다는 약속을 믿고 분양계약을 맺었다. 건설사는 주민들 명의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담보대출 발생 2년 후부터 전매를 완료하기 전까지 건설사가 대납키로 했다.

이들은 모두 올 초 건설사에 아파트를 되팔아 줄 것을 요구했지만 건설사는 아파트를 당장 팔긴 어렵다고 했다. 계약서에 '전매 신청에 적극 협조한다'고 돼 있을 뿐 아파트를 되팔아 줄 책임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 인천 계산동에 사는 김씨는 전세 계약기간이 끝날 시점이 다가오자 새로운 집을 알아보던 차에 '분양금의 15%만 내고 2년 동안 살아본 뒤 결정할 수 있다'는 현수막을 보고 분양대행사를 방문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근심이 많던 김씨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었다.

김씨의 기쁨은 잠시였다. 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 며칠이 지나서야 2년 뒤 아파트를 구입하지 않으면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를 제외한 금액만 중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김씨는 "결국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2년 안에 나머지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전셋값이나 계약금만 내고 2~3년간 전세처럼 들어와 살다가 분양을 받기 싫으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다는 전세형 분양제 이른바 '애프터리빙'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11년부터 본격 도입된 '애프터리빙'의 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다. 프리리빙제, 리스크프리, 저스트리브, 스마트리빙제, 신나는 전세 등 명칭은 다르지만 방식은 비슷하다.

건설사들은 비어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채울 수 있고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을 통해 한 채당 수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세형 분양제'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계약을 진행하는 일종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위험을 안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은 인터넷과 건설사, 견본주택 등 현장조사를 통해 올해 10월 현재 전국의 25개 아파트 3만2541가구에서 애프터리빙 등 전세형 분양제 마케팅으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분양을 완료한 곳까지 합치면 전세형 분양제로 입주한 가구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원 의원은 "전세형 분양제가 전세처럼 산다고 하지만 실제 계약방식은 임대가 아닌 분양계약이며 건설사가 입주자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한 채에 수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임시 융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년이 지난 뒤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건설사는 계약자의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계약자가 분양을 받지 않으면 계약기간 동안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나 취득세 등을 반납해야 한다거나 아파트의 감가상각(원상복구)이나 추가적인 위약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분양계약인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라면 앞으로 저리의 대출이자 적용이나 취득세 면제 등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의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이미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전세형 분양제의 마케팅에 적지 않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도 국토교통부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6만7672가구이며 수도권은 3만5326가구다. 국토부는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줄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이 통계에는 전세형 분양제로 빈 집을 채운 것이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기업의 마케팅이라는 이유로 전세형 분양제와 관련된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전세형 분양제와 관련된 정부 지침조차 없다보니 시공사, 시행사, 분양대행사들이 애매한 조항과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문구를 약정서나 특별계약서에 넣어 유혹하고 있지만 피분양자들은 분양 사업자가 요구하는 조항에 대한 대응력을 갖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사에게 계약 체결시 환매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시 벌칙 부여, ‘임대주택법’에 따른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경우에만 이 방법으로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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