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증권도 비우량 회사채 개인 판매…금감원 '실태점검'
동부증권도 비우량 회사채 개인 판매…금감원 '실태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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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계열기업 회사채 2290억원 인수
동부건설 부채비율 500%…자금난 심각

[서울파이낸스 최재연기자] 동양그룹이 계열사의 부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판매를 동양증권에 떠넘겨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동부증권과 SK증권 역시 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30% 이상을 인수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동부증권의 경우 BBB-등급의 비우량회사채를 개인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제2의 동양사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계열사 발행 회사채의 7050억원 중 32.5%인 2290억원을 인수했다. 같은 기간 SK증권도 계열사 회사채 중 30.8%을 인수했으며, 삼성증권과 한화증권의 인수 비중은 각각 25.7%, 22.6%으로 집계됐다. HMC증권과 NH농협증권, 현대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동부증권의 경우 대부분이 BBB등급의 비우량 회사채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을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에는 투자부적격(투기) 등급인 BB+ 보다 한 단계 높은 BBB-등급의 동부건설 회사채도 포함돼있었다. 반면, 삼성증권과 한화증권, HMC투자증권 등은 대체로 최저 A-에서 AA+ 등급 이상의 계열사 회사채를 인수해 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회사채는 규모가 커 개인보다는 기관에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기관 투자자가 사지 않는 비우량기업 회사채의 경우 특정금전신탁계좌로 분할 편입하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판매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업황이 어려워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한 두단계 강등될 시 '정크본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전배승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급히 팔아야 하는 회사채나 기관 수요가 없는 비우량 회사채의 경우를 제외하고, 회사채가 개인들에게 판매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동부건설의 재무구조와 건설업황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어느 정도 위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동부그룹이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동부건설의 경우 자본금 5000억원에 부채 2조4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5200여억원이다. 동부제철 역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2의 동양 사태를 우려해 동부증권의 계열 기업 회사채 판매 실태 점검에 나섰다. 자금난에 빠진 동부그룹이 동부증권사를 통해 부실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의 매수 의향이 없는 비우량 회사채를 개인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은 그만큼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사가 향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자율협약 등이 발생할 때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으므로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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