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것도 서러운데...
늙은 것도 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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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반년 만에 세 번째 사과를 했다. 사과하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누가 됐든 잘못된 결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단, 사과는 구체적이고 책임지는 자세로 할 때 그 빛이 산다.

‘신뢰’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당선된 대통령의 세 번째 사과는 핵심공약의 후퇴와 관련해 나왔다. 문제는 그 사과의 내용이 그다지 진정성의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공약이 쪼그라든 이유를 경기침체, 그로인한 세입 부족, 정치권의 책임 등 외부로 돌리며 당초 증세 없는 복지확대 공약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감추고 있다. 경기침체는 그 당시에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따라서 세입 감소 역시 예정된 상황이었지만 예산에 반영된 세입 규모는 준비된 상황보다 부풀려져 국민들을 속였고 그런 뻥튀기된 예산안에 맞춰 강행하려던 복지공약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떨어졌지만 지금껏 인정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끝으로 “역대 정권은 뭐 했냐”고 반격하는 모습에는 참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책임감 있는 국가지도자 이전에 유신시절 ‘공주님’의 전력을 떠올리게 된다.

선거 당시 지금의 야당은 아무리 부자감세 분을 되돌리고 예산을 쥐어짜도 전체 노령인구의 80% 정도에게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당시 박 후보 진영은 ‘신뢰’를 내걸고 증세 없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우겼다. 그리고 당선되자마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공약 후퇴를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는 지난 2007년에 부분 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라 이미 시행되고 있는 그대로 하위 70%에만 노령연금을 지급키로 했을 뿐만 아니라 5세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은 당연히 중앙정부 몫이라던 약속은 어디 갔는지 재원확보방안 마련도 없이 지자체에 그 부담을 떠안겼다.

그렇게 지켜지기 힘든 약속을 늘어놓아 얻은 표는 사실상 표의 절취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이미 ‘표’로 복지 확대에 찬성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또다시 국민적 합의가 새로 필요하다고 했다. 이 얘기는 뒤집으면 공약 파기를 위한 국민적 동의를 얻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론 임기 내에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덧붙였지만 시한이 있는 대통령직의 속성상 취임 초에 어려운 일이 후반으로 갈수록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임기 초에 예상할 수 없었던 대형 변수가 발생한다면 혹시 모를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일들은 일단 정치권이 어떻게든 풀어나갈 일이기에 한사람의 국민된 입장에서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이미 여당 독주를 가능케 하는 구조라던가, 현 정부가 물러서는 법을 잘 모르는 정권이라는 문제는 젖혀두고 일단은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모든 일들을 차치하고 노인들 입장 하나만 살펴보자.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가진 노인이라면 일단 노령연금 대상에서는 비껴서는 처지가 될 모양이니 그런 처지의 노인들 입장에서도 꽤 짜증나는 복지 차별이 될 듯하다. 그렇다고 노령연금을 받게 될 하위 70% 노인의 입장에서는 마냥 기쁠까도 걱정이다.

이미 월 20만원을 누구는 주네 마네 시비가 붙는 현실부터가 경제적으로 궁핍해진 노인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젊은 시절을 호기롭게 지낸 노인이라도 대개는 경제성장기를 버텨내며 자식 세대에게 헌신하느라 이렇다 할 저축도 없이 경제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 현재의 처지일 것이다. 그러니 한 푼이 아쉬운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도움을 주겠다며 자존심을 있는 대로 다 짓밟는 꼴이 된 기초노령연금을, 그것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하위 70%에게만 주겠다고 한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들이 손해를 본다고 아우성이지만 그나마 소득이 전혀 없어 최저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던 노인들은 그 20만원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보수언론, 보수 세력들은 그 작은 복지마저 더 후퇴하라고 압박한다. 늙은 것도 서러운데 사회적 푸대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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