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규제를 보는 법경제학적 논점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
순환출자규제를 보는 법경제학적 논점 -한국금융연구원 김동환 연구위원-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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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금융계열사→산업계열사의 형태로 순환출자가 이루어지고 지주회사가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을 잉요해 시장의 효율성, 공정성,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계열간 출자(의결권 행사 포함) 자체를 금지하거나 출자지분을 매각토록 함으로써 순환출자의 실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과 같은 위법행위에 지주회사가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를 포착하지 못할 경우, 과연 순환고리의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를 출자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계열간 부당지원 내지 빼돌림과 같은 위법행위는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형식논리상 위법행위 및 동 행위에 대한 책임의 직접적인 주체는 계열사가 된다.

하지만 계열사를 소유하거나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는 비록 위법행위의 주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동 행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지주회사는 계열사 이사회의 중추적 멤버로서 계열사의 위법 행위에 직간접저으로 관련된 의결권을 행사하였다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법인격부인론, 공동지배이론, 대리이론 등은 위법행위의 형식적 주체인 계열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에게 동 행위의 채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들 이론은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는 판례상의 법리로서, 이중대표소송이란 종속회사(계열사, 자회사 등)의 이사회가 경영자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을 경우 지배회사의 주주가 종속회사를 위하여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배회사의 주주에게 이중대표소송 권한을 인정하는 근거는 크게 보아 다음 두가지이다. 첫째,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가 부정행위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경우 등에는 지배회사의 주주 이외에 이들 부정해위자를 상대로 책임을 추궁할 마땅한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종속회사가 부정행위로나 손해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종속회사가 입은 손해는 종국적으로 지배회사의 주주가 입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주식처분등을 동반하는 순환출자 규제는 위법행위와 연루되어 있는 계열사나 지주회사를 제외한 일반주주에 대해서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어 최종적으로 주식처분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주가가 하락한다면 부득이하게 일반주주가 재산상의 손실을 보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순환출자 규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규제에는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거나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은 물론 헌법 제 23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담겨져 있다고 혹평되기도 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빈대가 없으면 초가삼간을 태울 일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헌법 제23조(그리고 제119조)는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질서의 기본을 세우기 위해 동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출자규제와 같은 강력한 구조교정 수단은 불투명하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이용한 위법행위가 기업 자신은 물론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지주회사나 계열사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주식처분→주가하가→재산권 침해와 같은 일련의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지닌다.

이점에서 1960~70년대의 AT&T와 IBM, 최근의 Microsoft 등에 내려진 기업분할명령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고 하겠다. 이들 사건은 소송과정을 거쳐 화해 또는 분할종료까지 짧게는 3~4년 길게는 30년 정도의 시일을 소요하면서 당해 기업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케 하였지만, 이를 통해 미국의 시장과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변모되었다.

특기할만한 것은 이러한 사건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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