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삼모사' 기초연금
[기자수첩] '조삼모사' 기초연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 공약후퇴를 둘러싸고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지난 25일 정부가 확정한 기초연금방안을 보면 월 10만원은 최소 연금으로 정부가 보장하지만 나머지 10만원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하게 됐다.

이는 2028년이 되면 최소 연금이 20만원이 보장되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보다 명백한 후퇴라는 주장이다. 이번 기초연금 안을 뜯어보면 결국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현재의 노인층에 국한된다는 것.

실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은 현재 노인층에게 20만원의 연금이 지급되지만 미래에 노인이 되는 베이비부머나 청년층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어져 10만원의 최소 연금만 보장된다.

이는 노령연금이 현 지급액은 9만6800원에 불과하지만 점차적으로 확대돼 2028년에는 20만원까지 오르게 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되던 연금정책이, 지금 당장은 20만원을 주지만 나중에는 1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노령연금이 재정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초연금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 지급'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해 미래세대의 혜택을 희생한 격이 됐다.

이에 대해 야당과 관련 단체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도 "정부의 이번 기초연금 수정안은 공약 사기"라며 "현행 노령연금보다 더 후퇴한 내용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등 모든 공약을 뒤집고 있다"며 "이정도면 대선을 앞두고 국민 전체를 속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의 단체도 성명서를 통해 "박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는 대국민 사기에 해당한다"며 "기초연금 축소는 보편복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은 이런 주장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며 "기초연금은 재정여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제도"라며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미래세대의 혜택을 희생하는 방안은 다수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기 힘들 것이다. 정부는 '통 큰' 사과와 공약의 전면 재검토만이 유일한 해답이라는 지적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