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괴담, 누구를 탓하랴
수산물 괴담, 누구를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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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수산물 매출 부진이 단골 뉴스로 떠오른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 우려로 줄어들기 시작한 생선 소비추세가 오염수 누출사건이 알려진 이후로는 더욱 바짝 얼어붙어 소비자들이 이제는 아예 생선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트에 가보면 생선코너 앞은 한산하기만 하다. 그나마 일본 해역과 뚝 떨어져 있는 노르웨이산 연어와 확실한 국내산, 그 중에서도 서해안 일대에서만 잡힌다는 꽃게와 대하에 소비자들의 손길이 가는 수준이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너무 과민하다고 언론에서 소비자들을 향해 설득하지만 이번엔 원전 피해지역 지하수까지 오염돼 그대로 태평양으로 흘러가게 됐다는 소식이 뒤따르는 마당에 소비자들의 염려가 결코 넘치는 것이라고만 타박할 수도 없다.

그 뿐인가. 후쿠시마 앞바다는 명태와 대구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한대성 어종의 회귀 범위에 속하는 오아시오 한류와 구로시오 난류가 만나는 곳이어서 어종이 매우 풍부한 까닭에 일본에서도 대표적으로 어업활동이 왕성한 지역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자마자 일본산 어류 수입을 중단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 정부는 1년 이상 전면 수입금지를 피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까지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것만 수입을 중단시키다가 원전 오염수 누출사고가 터지고 여론이 비등해지고 나서야 겨우 주변 5개 현 지역으로 대상을 확대했을 뿐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전력에만 뒤처리를 맡겨 놓은 채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염수 누출사고 등이 잇따르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마저 소극적으로 대응하니 소비자들 입장에서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방사능 기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마당에 그런 안이한 대응을 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시중에는 각종 괴담마저 나돌고 있다. 그 중 하나. 국내 어선들이 공해상에서 일본 어선들과 랑데부해서 일본산 어류를 값싸게 사들여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을 확인할 방법도 없지만 과거의 사례로 봐서 없다고 덜컥 믿어버리기에는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과거 중국과 정식 국교가 맺어지기도 전에 한국 어선들과 중국 어선들이 공해상에서 만나 물물교환을 했던 전례도 있지 않은가. 그 때는 한국산 가전제품에 욕심을 내는 중국 어선에 가전제품을 싣고 나간 한국 어선들이 싼 값으로 생선 수확물과 맞바꾸기를 하는 것이어서 요즘처럼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할 사안은 아니었다. 그 때는 정부도 우리가 손해볼 일도 아니어서 대충 그 정도는 눈감아 주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산 어류는 다르다. 특히 전 국민이 즐겨 먹는 어류의 경우 비록 기준치에 미달되는 것이라 해도 계속해서 먹을 경우 장기간 체내에 잔류하는 방사능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만약 괴담처럼 일본에서는 처분되지 않는 어류를 편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팔 경우 어떤 위험이 초래될 것인가. 그래서 정부는 일본산 어류에 대한 전면 수입금지는 물론 모든 수입산 어류에 대한 정밀한 검역과 더불어 국내 해안에서 잡힌 어류까지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해야만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에 떠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상 국내에서 소비되는 생태의 대부분은 일본산이라는 데 소비자들로서는 이것은 무조건 피할 대상이다. 문제는 러시아산 동태들이다. 동태는 모두 러시아의 오호츠크해 어장과 북서부 베링해 어장에서 국내 어선들이 나가 잡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거리상으로 보나 해류의 흐름으로 봐서는 이 두 어장에서 잡힌 동태가 안전할 수 있다. 실제로 방사능 측정 결과도 안전한 것으로 나온다고 하니 믿어도 될 법하다.

하지만 해류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그치지 않는다. 넓은 지역을 돌아서 제자리로 간다. 더욱이 후쿠시마 해안에서 떠밀려간 물건들이 알래스카와 캐나다 연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지 않은가. 이런 이치로 불안해 하는 국민들에게 정부는 초반에 너무 눈속임만 해서 불신을 더 키운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특히 ‘안전’을 강조하는 현 정부라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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