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하기 바쁜 '국가경쟁력 후퇴'
남 탓하기 바쁜 '국가경쟁력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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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질 국민소득이 2.9%나 증가해 4년래 최고이며 소비자심리도 호전되고 있다는 달콤한 뉴스들이 잇달아 생산되는 이즈음인데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올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급전직하로 추락했다고 시끄럽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148개국 중 25위로 지난해보다 6단계나 급락했다는 것이다. 2004년 29위 이후 9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데 2007년 11위를 기록한 이후 2012년 한해를 빼고 나면 해마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더 문제인듯하다.

그렇다면 WEF는 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이렇게 낮췄을까. 기본요인, 효율성 증진부문, 기업혁신 및 성숙도 등 모든 분야에서 두루 2~3단계씩 떨어졌단다. 기본요인 중에서 거시경제만 1단계 올랐고 제도적 요인, 인프라, 보건 및 초등교육 등이 모두 내려갔고 효율성 증진 부분에서는 고등교육 및 훈련, 상품시장 효율성, 노동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성숙도 등이 모두 내려갔다는 것이다. 기업혁신 및 성숙도 측면에서도 기업활동 성숙도, 기업혁신 등의 순위가 다 내려갔다.

이런 평가가 WEF에서만 나온 것도 아니다. WEF와 양축을 이루는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I)에서는 한국이 2011년 이후 계속 22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헤리티지재단의 평가에서는 2012년 31위에서 올해 34위로 추락했다.

국내에서는 좋아지고 있다고 행복한 뉴스들이 잇따르는데 세계의 시선은 모두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더 이상 높아지지 못하거나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건강한 외국자본들의 관심은 멀어져 가고 역으로 헤지펀드 같은 투기성 자본들은 더 입맛을 다실 가능성은 높아져 갈 터다.

그런데 정부는 WEF 평가결과가 나오자 국가경쟁력 하락요인으로 북핵리스크를 꼽고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 등의 영향이 컸다는 식의 분석을 내놓으며 정책적 결함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WEF의 평가방식이 ‘설문’에 기초한 것이어서 일반적 인식일 뿐이며 그와 다른 지표가 많다고 주장한다.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 너무 안이한 태도다. WEF가 새삼 평가방식을 바꾼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자는 일반적 인식이라는 게 그리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외국자본들이 외면해도 좋을만큼 한국시장의 내적 성숙도는 충분한 것인가.

물론 설문조사가 됐든 지표분석 평가가 됐든 이런 종류의 평가에는 거대자본의 이해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는 숨겨진 평가도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런 평가에 대해 우리의 유`불리를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따라 흔들릴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중심을 잡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면 그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렇다 해도 밖에서 하나같이 뒷걸음질 친다는 데 ‘네 눈이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다.

게다가 북한 탓하기에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서도 순위가 두루 뒤로 밀린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비정상적인 지급 및 뇌물, 법체계의 효율성(규제개선 측면), 기업경영윤리, 시장지배(독점)의 정도, 반독점 정책의 효율성 등이 주루룩 밀린 것이 북핵 탓이고 개성공단 탓인가. 교육 부문도 이것저것 후퇴한 것은 또 누구 탓인가.

매년 되풀이되는 평가에서 지적된 문제들이라면 우리의 내적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겸허히 듣고 수용해 개선해 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려면 ‘남 탓’은 이제 그만해도 좋지 않은가.

잘 안 풀리는 일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모두 국회 탓이고, 집권당은 야당 탓이며 경영자는 노동자 탓이다. 그러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근본적이고도 더 큰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몫이다.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우는 소리 할 게 아니라 5년 후의 평가를 누가 받을 일인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집권당도 야당이던 시절에 뭐 다른게 있었던가. 오히려 더하면 더 했지 않았나.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라고 기업이고 망하면 그 피해를 구성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그걸 무기로 휘둘러 협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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