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도 '좌충우돌'
미국, 경제도 '좌충우돌'
  • 홍승희
  • 승인 2005.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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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 낸지 지난 9월 22일로 20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미국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줄어들지 못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균형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플라자 합의를 끌어냈던 레이건 행정부와 현 부시 행정부는 여러 면에서 닮은 데가 많다.

소위 별들의 전쟁 계획을 내놓으며 전세계에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강요하던 레이건과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이라는 구체적 군사행동을 일으킨 부시. 그 결과 레이건 행정부가 그랬듯 부시 행정부에서도 재정적자의 폭은 커져만 가고 그렇다고 무역적자가 해소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1차 세계대전의 전화는 피하고 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의 후유증을 극복했던 미국. 그런 경험을 통해 군수산업의 엄청난 잠재력에 눈뜬 미국은 이후 계속 군산복합체제로 깊숙이 빠져들어갔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초토화된 유럽과 그 유럽의 집요한 식민정책의 피해자였던 아시아·아프리카를 두고 미국은 공산혁명의 성공으로 고무돼 있던 구 소련과 경쟁하는 소위 냉전체제를 형성, 군산복합체제 사회를 향해 나아갈 명분마저 마련하고 주저없이 그 방향으로 치달아 갔다.

이제 냉전의 시대는 끝났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 분쟁은 이어지고 있으나 저개발국내 종족 갈등처럼 소규모 지역 분쟁이 대부분이며 그들의 낮은 경제수준으로는 재고로 남아있던 강대국들의 재래식 무기들을 소비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원하지만 않는다면 세계가 함께 겪어야 할 전쟁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을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종종 경제문제와 군사행동을 별반 구분하지 않고 비슷한 전략, 전술을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상 20년 전의 플라자 합의는 당시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던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5개국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기로 합의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안겨줬던 일종의 경제 공습행동이었다. 일본 엔화를 겨냥해 벌였던 이 경제전쟁의 후유증으로 일본은 10년 이상 장기불황의 긴 터널을 통과했다.

일본은 그 불황의 과정을 통해 경제의 거품을 거둬내고 최근 새로운 활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제2의 플라자 합의가 필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의 타겟은 중국의 위안화라고들 지적한다. 하지만 어쩌면 미국의 국채를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채권국 모두가 그들의 공격 범위에 들 수도 있다.

일본 엔화가 공격받을 때 유탄을 맞으면서도 재빨리 낮은 자세로 전환,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거품 빼기에 주력했던 일본과 달리 그 공격 범위에서 도망친 듯 보였던 한국은 일본보다 뒤늦게 후유증을 겪었다. 그것도 매우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나 하마터면 국가부도위기로까지 몰릴 뻔했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상황에서도 한국의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 외환수급 차질때문이었지 산업토대가 부실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긴 했다. 그러나 실상 사회적으로는 일상화된 거품들이 넘쳤다. 이 거품들은 8년이 지난 지금도 나날이 커져가는 양상이다.

400조원의 부동자금들은 소화되지 못한 잉여 재화로써 사회적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체내 축적된 지방질을 꾸준한 운동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 발산시켜야 하는 다이어트법처럼 생산자금화하지 못하는 사회적 잉여 재화는 고통스러운 사회적 변화를 통해 소진시켜 나가야 하는데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에만 급급해 오히려 그 잉여분을 더 키워버렸다.

지금 빚내서 소비를 즐기는 미국은 쌍둥이 적자가 나날이 불어나고 우리 사회는 에너지화 하지 못하는 축적 지방질만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자국 채권을 세계 네번째로 많이 가진 우리를 이웃 다른 채권국들과 한묶음으로 처리하려 덤벼들 기세다.

일본은 미국의 공격에 앞장서 춤출 듯하지만 위안화를 겨냥한 공격의 유탄 범위에는 일본, 대만, 한국이 모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데 우린 너무 태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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