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사외이사制 이대로 좋은가
은행 사외이사制 이대로 좋은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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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정보제공, 낮은 이사회 참여율···경영감시 한계
전문성·도덕성 무시한 명퇴임원 자리 만들기는 여전
국민銀 인선방식 돋보여···40대 개혁인사 대거 발탁


하나, 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주총이 오는 28일에 집중된 가운데 이번 주총의 주요 테마는 사외이사 확대 등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가 될 전망이다.

조흥은행은 지난 11일 임시주총을 열어 은행장이 추천하던 사외이사 추전방식을 이사회 멤버들의 호선으로 구성되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가 맡도록 관련 규정을 변경, 28일 주총에서 결의하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21일 주총을 열어 8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고 한미은행도 같은날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두기고 정관 변경을 하는 동시에 티모시 씨 엠 치아(Timothy C. M. Chia) 현 PAMA그룹 대표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하지만 은행원들조차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사외이사제 강화에도 불구, 실질적인 사외이사의 역할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사외이사제의 현실과 정착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말 기준 673개 상장사중 616사에 1천342명의 사외이사가 활동중이며 이는 지난 98년에 비해 2.6배 늘어난 수치지만 사외이사의 현실감 부족에다 기업의 수동적 자세와 제도 미비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정부가 사외이사제를 의무화하면서 은행들도 사외이사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했지만 사외이사들의 은행들의 인색한 정보 제공과 낮은 이사회 참여율로 실제 경영 감시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평균 60.3%며 회사 경영에 대한 의견제시 건수도 1인당 0.4건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시중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던 한 인사는 선임, 운용면에서 지금의 사외이사 제도는 거의 유명무실하다며 제대로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제도의 이론적 취지는 좋지만 국내 상황에는 잘 안맞는 것 같다며 여전히 은행은 은행장이 내외부 가릴 것 없이 경영권을 독단적으로 휘두르는 게 현실이라 외부인이 브레이크를 걸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도덕성이나 전문성 기준보다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명예퇴직자들의 뒷자리 봐주기로 자리를 꿰찬 이들이 상당수 있어 경영감시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중은행 인사담당 한 임원은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직한 은행 임원을 거래처 사외이사로 보내느라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부관료 출신 인사들을 포함, 많은 임원급 인사들은 전문성이나 도덕성 평가없이 대부분 인맥으로 사외이사 자리를 얻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쳤다. 최근 금감원이 은행들의 주총일자를 연기할 것을 주문하면서 관료 뒷자리 봐주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선임부터가 이런 식으로 이뤄지니 은행들은 정부 의무 요건만 충족시키면 된다고 생각한며 한달에 한번 은행에 나가면서 어떻게 주요 업무를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겠냐며 결국 은행장의 영향력 아래 놓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 최근 SKG들의 기업 분식회계와 관련,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사외이사 비중을 늘려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토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사외이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관행을 개선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대학교수나 기업체 사장들이 대부분인데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은행 경영 환경을 얼마나 잘 알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자기일 하기도 바쁜 사람들이 은행장과 반목하면서까지 의견을 개진할 의지가 있겠냐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사외이사후보 인선자문단을 통해 12명의 사외이사를 추전, 기존의 8명에서 12명으로 늘렸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면면을 봐도 절반이상이 40대로 젊고 개혁적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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