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위기 아니다?
가계부채 위기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빚이 없는 자본시장이 가능한가.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답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빚에 의해 굴러가는 경제체제다. 특히 금융자본이 실물경제를 통제하는 현대의 세계경제체제에서 빚은 필수다.

문제는 그 빚의 크기다. 빚이 원자본의 크기에 비해 과도하면 시장 전반에 거품이 일며 자본을 통제할 사회적 힘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1천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다. 2004년 말 500조원을 밑돌던 가계부채가 8년 여 만에 두배로 늘었다.

이는 상환능력이 취약하기 그지없는 저소득층, 고연령층의 높은 부채 부담이 저리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해 고리 대출로 옮아가며 부채의 규모를 빠르게 키워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가계부채 구조는 꽤 재미있다.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계층은 상위 20%이고 그 다음이 하위 20%라 한다. 하위 20%는 그야말로 생계유지비용을 위한 부채로서 사회안전망의 허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반면 상위 20%의 높은 부채비율이야말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빚의 실상을 보여준다. 서민들은 제 주머닛돈 쥐어짜서 모아가며 쌈짓돈 마련하는 수준이라면 부자는 남의 돈으로 재산을 증식해 나가는 것이다. 이 돈들이 결국 거품을 만들며 언제든지 투기 현장을 찾아 떠돌게 되는 것인데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종종 이 돈의 길을 마련해주려는 유혹에 빠져든다.

연령별 부채비율을 봐도 한국사회 특유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스스로 신용을 쌓지 못한 젊은 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율은 88%에 그치는 데 비해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253%에 이른다. 고 연령층의 이런 높은 부채비율은 실상 경제적 자립도가 미미한 젊은 층의 부담을 부모세대가 떠안으면서 발생한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부각시키며 조기퇴직자를 비롯한 중장년층의 소득 문제가 묻혀버리는 현실에서 이런 현상이 과연 개선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복지 확대 정책도 사회적 실효를 얻기 힘들다.

그러나 현재 한국사회의 부채 문제는 가계부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공부채도 이에 못지 않다. 내년도 공공부채 규모는 1천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그동안 공공부문 재정통계에서 제외시키는 편법을 써오던 공기업을 재정을 내년부터 합산키로 함에 따라 갑자기 규모가 커지게 됐다. 토지주택공사(LH)와 수자원공사 등이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각종 정책 공사를 떠안으면서 엄청나게 불어난 부채규모를 합산하니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국 국민 빚이다. 국민 1인당 부채 수준은 지금 개인부채 규모의 2배인 것이나 다름없다.

아직 한국의 공공부채는 세계 금융자본들이 경계하는 수준은 아닌 듯하다.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제를 뒤흔든 유로존 일부 국가들이나 세계 최대 수준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보나 보지만 지금처럼 경제성장율이 제로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향후 문제가 결코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개인부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 165%는 미국, 유럽을 포함한 OECD 평균 130%보다 훨씬 높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에 130%까지 올라갔었으나 지금은 110%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에 공공부채에 공기업 부채를 합산한 것은 정책적으로 진일보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문제든 공공부채 문제든 정부가 부채의 현황과 발생원인, 대책 등을 얼마나 섬세하게 분석하고 다루는지 미덥지 않다는 비판들이 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서 소득 분위별, 신용형태별, 금융권별, 대출형태별 세분화된 통계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의 가계부채 상황을 위기가 아니라는 현오석 부총리 발언도 현실인식을 의심받는다.

물가인상율도 경제성장율에 비례해서 오르는 것이 정상이지만 성장 없이 물가만 오르면 문제가 심각하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지출은 커져 빚만 늘어나는 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