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안이한 경제 낙관론
우리 정부의 안이한 경제 낙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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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당초 전망치 2.3%에서 2.7%로 15% 이상 끌어올린 것이다. 낙관적 전망은 일단 듣기에 반갑다. 다만 정부의 낙관적 전망을 그대로 신뢰해도 좋을 것인가 하는 걱정도 앞선다.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길이라고 해봐야 수출을 늘리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정도의 해법이 나올 것이다. 기업들은 수출을 늘리려면 기업들을 그만 옥죄라고 할 테고.

그런데 올해 한국의 주력 수출시장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들어 경제성적표가 기대만 못해 버냉키가 전 세계 증권시장을 매우 흔들었던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시장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중국의 성장률은 후퇴하는 중이다. 물론 아직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키고 있지만 7%대의 고속성장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경착륙까지는 아니어도 웬 만큼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승승장구할 듯 보이더니 새로운 복병을 만난 모양이다. 한동안은 아베노믹스로 한국 수출이 지장을 받을까 전전긍긍하던 한국 정부와 기업, 시장이 이제는 모두 일본이 곤두박질칠까를 겁내고 있으니 말이다. 유럽도 재정위기는 진정국면으로 들어섰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떠오르는 별로 불리던 브릭스 국가들 중에는 그나마 중국이 제일 낫다. 룰라 이후 브라질도 형편이 영 좋지 못한 듯하다.
 
정부는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지만 심각한 착시현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를 둘러봐도 섣불리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업 경기가 왜 죽 쑤고 있겠는가. 그렇다고 소비를 촉진할 만한가. 4.11 부동산 대책이 잠시 시장에 숨을 불어넣는가 싶었지만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고 말았다. 실제로 살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아직도 집값이 비싸고 하우스 푸어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도 않은 걸 보면서 빚내서 집 살 생각을 갖기도 어렵다.
 
4.11대책 중 하나로 6월말까지 일시 적용되던 취득세 감면 혜택도 사라지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벌써 거래가 뚝 끊겼다니 정부는 다시 종합부동산세를 만지작대는 모양이다. 다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중과세도 풀 기세다. 투기 없이 부동산 경기 없고 부동산 경기 없이 내수경기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매우 단순한 공식에 사로잡힌 정부가 내놓을 대책은 뻔하다.
 
하루 종일 일해야 자장면 한 그릇도 못 먹는 저소득층의 비중이 날로 커져 가는 게 부동산 투기 광풍 불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초 민간연구소들보다 전망치를 더 낮춰 잡았던 정부가 전망치를 높인 반면 민간연구소들은 오히려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며 시장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IMF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2%에서 2.8%로 낮췄다.
 
정부나 국책연구소, 민간연구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좋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고 IMF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내년 세계 경제전망을 올해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으니 한발 앞선 경제정책으로 한국경제의 저성장 고리를 끊고 나서겠다는 의욕은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정부의 의욕이 혹시 8분기 연속 제로 성장에 가까운 저성장 흐름을 보이다 지난 1분기 0.8% 성장률을 기록한 것에 고무된 것이라면 그 계기가 꽤 불안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 성장률이 여타의 주력상품 수출이 다 위축된 가운데 유독 삼성전자 스마트폰 하나에 매달려 얻은 결과라는 사실이 낙관적 전망을 하기에는 찜찜한 대목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지뢰밭을 걷고 있는데 수출이 GDP의 70%를 차지한다는 한국이 홀로 경제를 일으킬 수 있을까. 정말 정부 뜻대로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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