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전산시스템 운영 미숙
대형은행 전산시스템 운영 미숙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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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국민銀 업무마비···원인놓고 설왕설래
전문 기술력 습득, 관리 체제 정비 필요

대형 은행들에서 최근 전산 장애가 빈발해 은행권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국가의 주요 경제주체로서 공익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이같은 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크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이 지난달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15분까지 2시간 15분여 동안 정지돼 창구 업무까지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 최대 은행으로서 소매금융시장의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시스템이 2시간이나 돌아가지 않자 고객들이 겪은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스플렉스 체제로 구성된 메인프레임에서 이상 대기상태가 발생, 전산장애를 일으켰다며 전산통합에 따른 문제점은 전혀 아니며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행내 시스템팀과 IBM엔지니어들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전산 통합을 진행하면서 합병이후 늘어난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기 위해 메인프레임(IBM z시리즈) 3대로 시스플렉스(병렬처리) 체제를 구축했다. 이번 사고는 메인프레임 3호기내의 DB(데이터베이스)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자 불가피하게 1,2호기 마저 가동을 중단시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플렉스란 IBM이 자사 메인프레임 기종의 처리용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MVS(메인프레임) 운영체제를 다중환경으로 전환시키도록 개발한 고유의 클러스터링(Clustering)기술이다. 이 체제에서는 여러대의 메인프레임 사이에서 CF라는 중간 CPU가 데이터를 교환해 주기 때문에 한쪽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시스템의 가동은 중단되지 않는다.

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메인프레임 3호기의 `DB(데이터베이스) 자동복구기능 작동 불능인 것으로 밝혀졌다.

시스플렉스 외에 DB 복구에 영향을 미치는 디스크 결함에 관한 의혹도 제기돼고 있어 국민은행에 시스플렉스를 구축한 한국IBM과 디스크를 공급한 한국EMC은 책임소재를 둘러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통합 이전인 지난 8월에도, 시스플렉스 체계로 구현된 옛 국민은행의 정보계 시스템이 정지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은행의 시스템 운영 미숙이 원인일 수 있다. IT업계에서도 국민은행측에 사고의 원인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LG증권 등 대용량 거래를 처리해야 하는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1년전에 시스플렉스 시스템 구축을 완료,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업계의 의견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국내 은행들은 현재 무정지 무장애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스플렉스를 제대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시스플렉스 시스템 자체는 어느 한쪽 부문의 가동이 중단돼도 다른 한쪽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은행에서는 장애 원인을 파악해 재빨리 복구하면 시스템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재, 장애가 발생하면 은행 IT 인력들이 그 원인을 파악하고 복구하기까지 최소한 2~3시간이 걸린다. 시스템 전원을 내렸다가 올리고 복구하는데는 1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시스템을 정상 가동하면서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보다 시스템 전체의 전원을 한번 껐다 키고 장애를 복구하는 편이 빠른 것이 현실이다.

다른 은행들도 시스플렉스 환경에 무지(無知)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하반기에 시스플렉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사업 시행 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은행 내부 직원들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도 차세대시스템에 시스플렉스 체계를 구현하자면 IBM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은행들이 이에 대한 인력과 노하우를 갖추려면 IT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IT업계에도 시스플렉스 전문가가 부족해 이마저 어렵다.

지난 4월 기업은행이 차세대프로젝트 사업자를 선정할 당시에도 시스플렉스 개발 인력의 높은 인건비가 업계의 이슈로 회자됐었다. 일반 프로그램 개발자가 IBM의 시스플렉스 교육과정을 한달만 이수하면 연봉이 2배로 오를 정도다. 날로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인터넷뱅킹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도 최근들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말에는 국민, 우리 등 일부 시중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서비스가 마비됐다. 주 5일 근무제로 토요일(23일)이 은행 휴무일인데다 급여일·카드결제일(27일)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시스템 에러는 월말마다 반복되는 사소한 사고로 취급되며 제한된 시스템 용량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은행도 어쩔 수 없는 사항이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사태는 은행들의 인터넷뱅킹 시스템 용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평균적으로 인터넷뱅킹 서버 한대가 소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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