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감성경영'인가
누구를 위한 '감성경영'인가
  • 김성호
  • 승인 2005.08.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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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업계에는 감성경영 바람이 무섭게 불고 있다. 과거 회사를 위해 직원들의 희생만을 강조하던 때와 달리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인 조직관리로 이끌어내기 위함은 물론 때론 나태해 질 수 있는 이들의 정신을 재무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감성경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각 증권사마다 감성경영의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취미생활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등산 등을 통해 직원들의 단합을 재확인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암벽등반, 해병대 체험, 108번뇌(百八煩惱) 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감성경영의 사전적 의미를 놓고 봤을 때 조직관리의 진화된 모습이라는 점
에선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대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자칫 어긋날 수 있는 직원간의 융합을 이 같은 감성경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의 보여주고 있는 감성경영의 모습은 그 본질에서 다소 벗어난 게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우선 감성경영이라는 미명아래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직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돼 있는 등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요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이 거의 가학(苛虐)에 가깝다. 가뜩이나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그것도 황금 같은 휴일시간을 생고생을 하며 보낸다면 이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감성경영이 사장부터 말단직원까지 마음을 터놓고 이해할 수 있는 채널이 아닌 업무의 연장선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도 문제다. 실례로 모 증권사 부서장의 경우 신체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감성경영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된 등산길에 올랐다가 며칠을 고생한 경우가 있다. 물론 회사가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등산에 참여시킨 것은 아니지만 사장까지 직접 나서는 등산길에 설사 몸이 불편하다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 부서장의 얘기다.

또 다른 증권사 영업직원은 사장이 연례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등산길에 오르자 일부 영업본부장 및 지점장들이 자체적으로 등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직원들에게 함께 할 것을 권유하고 있어 차라리 실적을 가지고 옥죄는 편이 훨씬 낫다는 얘기까지 한다.

얼마 전 모 증권사 사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직원 및 직원 가족들을 두루 살펴 직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몸으로 부딪치고 이를 통해 무언가를 느끼는 것만이 감성경영일까. 심지어 사장의 취미생활을 감성경영으로 포장해 오히려 직원을 힘들게 하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모 증권사 사장처럼 직원들이 처해 있는 어려운 일들을 자신의 일처럼 여겨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감성경영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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