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의 이면
기준금리 인하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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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7개월만에 드디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당`정이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동결을 고수하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두고 한은의 그럴싸한 배경설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김중수 총재의 변심이냐, 금융통화위원들의 반란이냐는 기사 제목이 등장할 만큼 실제적인 결정 배경을 둘러싸고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만장일치가 아니었다는 김 총재의 발언이 그런 의구심을 키운 측면도 있지 않은가 싶다. 물론 이번부터는 시장에 투명한 정보제공을 위해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지만 왜 하필 이번부터인지도 궁금하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해온 정부`여당은 물론 재계도, 증권시장도 나아가 부동산시장까지 환영분위기 일색인 것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단 방송은 공중파TV든 종합편성채널이든 온갖 뉴스채널들이 이미 찬양 방송 일색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다 메이저언론들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찌감치 대정부 비판기능을 포기한 듯싶으니 반대의 목소리를 듣기가 수월치 않은 게 당연할 터다.

그러니 재벌과 대기업들이 과연 금리가 인하되면 쌓아놓은 돈 풀어 투자를 할 것이냐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는 소리도 없다. 금액은 차치하고 머릿수로 보자면 절대 다수를 차지할 금융소비자의 입장이 눈에 들지 않는 것도 뚜렷이 드러난다.

이번 금리인하가 하우스푸어들에게는 크든 적든 분명히 보탬은 되겠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실질적인 저축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그로 인해 푼돈이나마 저축을 통해 미래를 가꾸려는 많은 서민들에게는 그만큼 희망이 줄었다는 점을 말하지 않는다. 또 많지 않은 저축으로 노후자금을 삼고 있는 이들에겐 내일이 더 암담해질 것이라는 점도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 저축이 줄면 통화발행을 늘리지 않는 한 결국 시중에 풀 수 있는 자금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통화발행이든 자금부족이든 어느 쪽이 되더라도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게 자명하다. 결국 서민 대중들과 은행은 더 멀어지고 정부가 양성화시키겠다는 지하자금, 사금융으로 더 밀려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알뜰히 저축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빚내서 잔치하다 거덜 난 전철을 되밟지는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고속성장 시절에는 투기가 현명한 재테크로 칭송되며 투기 대열에 끼이지 못한 소심한 서민들을 낙오자 취급하던 사회적 광풍이 불었어도 국가 전체의 성장에 장애를 주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이 꽤 긴 시간 마이너스 금리 시절을 지내며 “국가와 기업은 부유해도 개인은 가난하다”는 수사를 달던 끝에 부동산 열풍이 불었고 그 결과로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지 않은가. 지금의 금리인하가 우리 사회에 그런 과정을 뒤밟아 가게 하지는 않을 자신이 있는가.

불황은 언제나 기업에게는 위기이면서 기회가 되고 부자에게는 더 큰 부를 얻을 계기가 되지만 서민들에게는 물에 빠진 소금자루처럼 주머니가 소리 없이 비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그걸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더 많은 국민이 가난뱅이가 되어갈수록 부강해지는 나라는 없다는 점을 정부도 재벌도 외면하고 기업위주 성장에 목매달면 그 끝이 어디일지 서민들 스스로 판단하고 소리를 모아나가는 수밖에 없는 외길만 남게 된다는 점이 염려된다.

이번 금리인하로 올해 성장목표를 조금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내년에는 좀 더 나은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지만 과연 그 과실이 서민 대중에게 고루 미칠 가능성이 얼마인지는 따져보았는지 의문이다.

기업이 잘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 모두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지난 5년간에도 충분히 들었다. 그래서 얻은 결과에 누가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미지수지만.

경제민주화가 기업간 불공정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하우스 푸어 구제대책은 섰다지만 자립 가능하던 노년 은퇴자들까지 빈곤층으로 몰아넣기 십상인 게 작금의 금리인하 효과는 아닌지를 좌고우면 심사숙고했다는 흔적은 별로 안 보인다. 그게 영 답답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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